등록 : 2019.11.19 18:06
수정 : 2019.11.20 02:35
최선영의 미디어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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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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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제이티비시>(JTBC) ‘아는 형님’을 시청하며 실시간 댓글을 보다 적잖이 놀랐다. 요즘 화제인 <교육방송>(EBS) 연습생 펭수를 무례하게 대한다는 반응이 많았기 때문이다. ‘출연자가 왜 펭수의 얼굴을 치는지’ ‘펭수가 좋아하는 참치는 없더라도 다른 출연자가 먹던 도시락은 치워야지’ 등의 내용이었다. 펭수가 교육방송 소속 10살 캐릭터라는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초대한 손님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는 시청자 지적도 일리가 있다.
미디어를 보고, 쓰고, 읽는 시청자의 능력이 크게 달라졌음을 느낀다. 수용자로서 미디어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던 과거와는 달리, 이용자 간 실시간 대규모 소통이 가능해지고 제작 능력까지 생기면서 이들의 힘은 더 커지고 있다. 그동안 언론학 분야에서는 미디어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으로서 이용자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강조해왔지만, 이제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한 대상은 미디어 종사자가 아닐까 싶다. 이용자가 가진 힘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미디어학자 제임스 웹스터는 현재의 미디어 이용자가 가진 힘을 네가지로 설명한다. 의미를 구성하는 힘, 미디어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는 힘, 공유할 수 있는 힘, 집합적 수준에서 미디어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 등이다.
미디어 조직과 미디어 생산자는 이용자 리터러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선 이용자들이 콘텐츠와 어떻게 조우하는지 체계적으로 알아야 한다. 이들의 정보와 데이터를 활용해 제작과 유통에 적용할 유의미한 패턴을 찾아낼 능력이 있어야 하고 이용자가 미디어 기기, 네트워크, 플랫폼, 콘텐츠 패키지, 단위 콘텐츠 등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알아야 한다. 개인의 기술적 조작 능력과 인지적 조절 능력의 차이도 이해해야 한다. 둘째, 취향과 선호의 문화가 형성되는 과정을 평가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이용자가 취향을 주도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수준 높은 참여를 이끌어내는 창의적 서비스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콘텐츠 외에 이용자와 소통하는 방법과 참여의 형태를 마련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기술, 품질, 내용이 좋아야 함은 물론이다.
교육방송 누리집에는 ‘자이언트 펭티브이’를 “텔레비전과 모바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어린이 교양 예능”으로 안내하고 있다. 우연히 만든 프로그램이 아니라 시청자의 이해 능력을 토대로 기획을 했다. “학원 다녀온 어린이 친구들과 퇴근한 어른이 친구들이 좀 더 편한 시간대에 본방을 즐기도록” 텔레비전 채널 편성과 유튜브 업로드 시각을 시청자 라이프 사이클에 맞췄다. 시청자 스스로 취향을 주도적이면서도 창의적으로 만들어가도록 계속 의견을 묻고 소통하려 한다. 예컨대 한 재수생을 찾아가 응원한 ‘인간과 펭귄 두근두근 첫 데이트’와 ‘세상에 나쁜 펭귄은 없다’는 수능 기획 콘텐츠지만 수험생뿐 아니라 위로가 필요한 모든 이들이 소셜 세상에서 소통하는 플랫폼 역할을 했다.
인기가 치솟는 펭수와 협업하고자 하는 방송사나 기관이 많다고 한다. 시청자가 누구이며, 어떤 사람들인지 이해할 때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는 시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최선영 ㅣ 이화여대 에코크리에이티브협동과정 특임교수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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