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22 17:47
수정 : 2019.10.23 02:05
최선영의 미디어전망대
‘언론의 위기’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의아하다. 뉴스 이용자의 위기면 위기지 왜 언론의 위기인가. 여전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뒤쫓는 최근 뉴스를 보자. 10월21일 한 신문에 ‘조국, 학교 안 나가고 매일 등산’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10월19일, 이 신문 계열사 종편에서 ‘1100만원 받은 조국, 엿새째 두문불출’이라는 방송뉴스가 나왔는데 말이다. 엿새째 두문불출했는데 어떻게 매일 등산을 갈 수 있나. 둘 중 하나는 오보거나 가짜뉴스여야 한다. 독자를 바보 취급하는, 아니면 말고 식 뉴스 보도에 허망함이 느껴진다.
연예인의 사생활 일거수일투족을 쫓는 사람을 ‘사생팬’이라고 하는데, 요즘 일부 기자의 취재는 이들 활동과 비슷한가 보다. 사생은 연예인 집까지 난입해 사진을 찍고 개인정보를 캐내 비싼 값에 팔기도 한다. 파파라치처럼 연예인의 정신과 육체를 괴롭히기에 팬이라 부르지 않는다. 사생은 고소 말고는 답이 없다고 한다.
도를 넘어선 사생활 보도는 가짜뉴스만큼 악성 기사라 생각한다. 공적 가치도 없는 이슈를 선정적으로 다뤄 본질을 호도하기 때문이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실천요강에도 “회원은 공익이 우선하지 않는 한 모든 취재 보도 대상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조국 전 장관이 등산 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진을 보도 사진이라 할 수 있을까.
우스갯소리로 정부는 정책을 만들고 국민은 대책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언론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가짜뉴스 정책 마련이 우물쭈물하는 동안 뉴스 이용자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올바른 언론보도를 원하는 한 누리꾼이 소위 기레기 기사를 한곳에 모으는 ‘리포트래시’(
www.reportrash.com)라는 사이트를 만들자 일반인 제보가 이어졌다. 나쁜 뉴스는 제보자가 스스로 가짜뉴스, 악의적 제목, 사실 왜곡, 통계 왜곡, 잘못된 인용, 오보, 헛소리, 선동 등으로 분류한다. 제보 당시 게재된 기사를 데이터베이스에 텍스트로 저장하기 때문에 해명 없이 스리슬쩍 수정하거나 삭제한 기사도 ‘박제’된다.
최근 화제인 유튜브 ‘노란 딱지’는 이용자 신고로 크리에이터에게 부과되는 일종의 옐로카드라 할 수 있다. 유튜브는 커뮤니티 가이드라인과 투명성 보고서를 통해 증오심 표현, 괴롭힘, 폭력 조장 등이 포함된 부적절한 콘텐츠 신고 제도를 상세히 안내하며 “신고는 자동신고 시스템을 비롯해 비정부기구, 정부기관, 유튜브 커뮤니티 사용자 등 신뢰 기반 신고자 프로그램 구성원과 개인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밝히고 있다.
악성 뉴스를 정화하는 움직임은 ‘투명성’에 근거해 공개하는 게 핵심이다. 똑똑한 개인이 집단지성으로서 언론 자정 활동을 시작하고, 알고리즘과 기계학습이 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이용자를 보조할 수 있게 된 것에 주목한다. 미디어학자 마셜 매클루언은 “미디어의 진정한 메시지는 해당 미디어가 인간의 역사에 도입하는 규모와 속도 또는 패턴의 변화”라고 했다. 잘못된 뉴스와 정보에 대해 독자의 개입이 거의 불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앞으로 개인의 뉴스미디어 심의 권한은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위기는 이용자가 가장 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최선영
이화여대 에코크리에이티브협동과정 특임교수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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