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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17 17:19 수정 : 2019.09.17 20:14

미디어전망대

최선영
이화여대 에코크리에이티브협동과정 특임교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과도하게 쏟아진 기사로도 모자랐는지, 다시 보도량이 급증하고 있다. 내용이라곤 고작 한 줄인 다급한 [속보]에서부터 검찰 수사에 동조하는 [단독] 보도까지 조국 딸, 조국 펀드, 조국 조카를 필두로 한 기사 제목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찰 지경이다. 때론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의혹을 사실처럼, 추정을 실제처럼 쓰기도 한다.

이런 언론의 행태를 비판적으로 보는, 소위 ‘기레기 번역기’라는 익명의 네티즌 글이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된 적이 있다. 예컨대 [속보]는 ‘빠르게 베꼈다’는 의미이고 [단독]은 ‘혼자 베꼈다’, [종합]은 ‘여럿이 베꼈다’는 뜻이란다. 기사 서술에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정말 마음에 안 든다’는 뜻이고, ‘자질이 의심된다’는 ‘굉장히 마음에 안 든다’, ‘논란이 되고 있다’는 ‘여기에 악플 좀…’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 관행에 대한 이런 씁쓸한 풍자는 언론에 대한 시민사회의 신뢰가 어떠한지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실시한 ‘언론 신뢰성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조사 대상자의 59.6%가 언론사 기자가 생산한 뉴스에 대해 ‘정확하지 않다’고 답했고, 54.7%가 ‘공정하지 않다’, 53.2%가 ‘믿을 수 없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편파 뉴스, 낚시성 제목, 광고성 뉴스, 오보, 댓글이 제시되는 정보, 찌라시와 정보지 콘텐츠에 대해 80% 이상의 응답자가 ‘유해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응답자의 64.4%가 언론계와 기자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해 직업인으로서 언론인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이전과 다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 언론만의 일이 아니다. 해마다 세계 주요국가의 ‘신뢰 지표’(trust barometer)를 조사 발표하는 커뮤니케이션 기업 에델만의 2019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미디어에 대한 세계 시민의 ‘불신’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이들은 불신감에 대한 시민사회의 두드러진 움직임이 포착된다고 분석하였는데, 그중 잘못된 정보나 가짜뉴스가 무기로 사용되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신뢰할 만한 정보원’을 찾아 ‘이동’하는 현상은 주목할 만하다. 시민들의 뉴스 및 정보 관련 활동이 상당히 증가했고, 자주 참여한다는 것이다. 뉴스 및 정보 관련 활동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뉴스를 퍼나르고 공유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해당 뉴스가 진짜인지, 믿을 만한지, 악성 뉴스인지 판별하는 해독 활동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닐까.

언론과 미디어를 신뢰할 수 없을 때 개인이 정보원을 찾고 또 그 스스로 정보원이 되어 대규모로 이동한 사례는 가까이 있다. 장기간 지속 중인 일본 불매운동은 언론보다 발빠르게 앞서 ‘이동’한 개인들의 뚜렷한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신뢰 이동>(trust shift)의 저자 레이철 보츠먼의 주장대로 “신뢰와 영향력은 엘리트 집단과 전문가보다 가족과 친구, 동료, 심지어 낯선 사람과 같은 사람들에게로 향해 간다”. 사회 결속에 중요한 키워드인 ‘신뢰’는 사라진 것이 아니다. 분별력을 갖추려 애쓰는 개인에 의해 단지 ‘이동’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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