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의 미디어전망대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왜 레드가 아니고 핑크지? 홍어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 제목이 <핑크피쉬>라는 얘기를 듣고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이내 무심히 지나쳤던 홍어(洪魚)라는 이름이 색깔이 아니라 가로로 넓은 모양 때문에 붙여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 제목부터 신선했다. 차별과 혐오의 코드로 사용되던 홍어를 감각적인 영상과 내용으로 풀어낸 <광주문화방송(MBC)>의 <핑크피쉬>가 3일 열린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지역교양텔레비전 부문 작품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핑크피쉬>는 지난 3월에도 한국피디대상 작품상을 받았으니 동료들 사이에서도 충분히 ‘작품성’을 인정받은 모양이다. 그런데 반가운 마음 한편에 불편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몇년 전 연구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사실 때문이다. 지역방송 생산자들에게 가장 강력한 피드백 중 하나는 <핑크피쉬>처럼 수상 실적이다. 시청률의 압박이 중앙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 방송인들에게 수상 실적은 동료들 사이의 피드백과 더불어 가장 강력한 자극제가 된다. 이 때문에 피디들은 매일 방영되는 데일리 프로그램보다 작품으로 남을 만한 특집에 더 많은 에너지를 집중하는 경향을 보여줬다. 매일 또는 주간으로 방영되는 프로그램과 1년에 한두번 시청자와 만나는 특집 프로그램 중 어느 것이 더 좋은 지역 프로그램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힘주어 강조한다. 지역성이란 수용자의 일상적 생활 리듬 속에서 이들이 매일 접하는 경험과 이슈에 자연스럽게 연결될 때 더욱 발휘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시민 의제의 발굴과 보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시민 의제의 발굴은 정치 관련 보도에서 특히 중요하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 보도가 대표적이다. 뻔한 포맷의 경마식 보도나 토론 프로그램에서 탈피해 시민 의제를 확대하고 이를 신선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역방송의 총선 보도만큼 경직되고 고루한 프로그램도 없을 것이다. 선거 보도를 ‘작품’으로 생각하지 않은 탓인지 총선 보도는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시민 의제를 발굴하고 후보자 모두에게 공격받지 않을 새로운 포맷을 시도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제작해야 한다는 법적인 한계도 있을 테고, 지역방송이 처한 제작 여건이나 정치 상황을 생각하면 녹록지 않은 면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제이 로즌 미국 뉴욕대 교수가 언론사들과 공동으로 추진 중인 프로젝트는 참고할 만하다. 미디어 비평가로도 활동 중인 그는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책검증단과 시민기자단의 적극적인 발굴과 협력 체계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시민 의제를 실험 중이다. 지금과 같은 경마식 보도는 정치가 단지 권력쟁취에 관한 것일 뿐이라는 왜곡된 프레임을 심어주어 정치 냉소주의를 증가시킨다는 것이 프로젝트 추진의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한다. 이제 곧 총선 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관련 보도도 늘어날 것이다. 그의 제언을 참고삼아 내부의 보도 가이드라인을 점검하고 협력 체계를 조직하는 일 등 지역방송이 하루빨리 총선 보도 준비에 착수하기 바란다. 하여 작품까지는 아니더라도 경마식 보도만은 더 이상 보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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