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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20 18:24 수정 : 2019.08.21 10:08

[최선영의 미디어전망대]

일본 미디어의 혐한 기류가 심상치 않다. 일본의 지상파 방송을 비롯해 유튜브에서도 혐한 콘텐츠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일본 불매운동에 대해 조선인은 끈기 있게 추진하지 못한다고 조롱하고, 위안부 소녀상에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망언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일본 사회에서 혐한이 가시적으로 돌출한 사건은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인 ‘재특회’ 활동일 것이다. 재특회는 재일 한국인에 대한 증오와 혐오가 담긴 연설, 이른바 ‘헤이트 스피치’ 선동을 일삼고 2013년 이후 일본 전역에서 혐한 시위를 주도했다. <거리로 나온 넷우익>의 작가 야스다 고이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컴퓨터를 붙들고 ‘조선인은 죽어버려’라고 필사적으로 글을 올리는,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애국·반조선 등을 호소하는 이들이 넷우익”이며 재특회의 모체라고 설명한다. 넷우익은 익명 게시판 커뮤니티인 ‘2채널’(2ch·현재 5ch)에서 주로 활동하면서 혐한 뉴스와 콘텐츠를 공유해 악의적 댓글을 쏟아낸다. 우리나라 일베와 비슷한 커뮤니티로 혐오 발언과 조롱 글이 여과 없이 게시된다.

넷우익은 우리 네티즌에게 빈번하게 시비를 걸어온 것으로도 악명 높다. 양국에서 인터넷 문화가 자리잡아가던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2채널에서는 한국 선수와 응원 문화를 트집 잡는 의견이 폭발했고, 이후 양국 네티즌은 ‘한일전’ 이슈 때마다 사이버 공방전을 펼치곤 했다. 대표적인 사건은 2010년 2월 김연아 선수가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확정했을 때였다. 2채널 게시판에는 심판 매수설을 비롯해 우리 선수에 대한 혐오의 글과 낭설이 끝없이 이어졌다. 한국 네티즌들이 가만있지 않고 설전에 가세하자 넷우익은 한국 사이트를 공격하는 ‘광역 도발’까지 했다. 이에 우리나라 사이트와 커뮤니티 네티즌들이 연합해 3·1절에 2채널을 집중 공격해 서버를 마비시켜 사이버 교전에서 승리한 일은 유명하다. 사이버 한일전을 인터넷 놀이문화로 가볍게만 볼 수 없는 건 방송과 유튜브의 혐한 정서가 2채널 극우성향과 닮았기 때문이다.

어째서 일본 우익은 생트집을 잡는 일을 반복하는 것일까? 일본 넷우익들의 댓글에서 그 정서를 어렴풋이 파악할 수 있다. “언제까지 조선에 사과해야 하는지, 다 보상해주었는데 조선인은 왜 약속을 자꾸 어기고 떼를 쓰는지, 일본은 얼마나 더 은혜를 베풀어야 하는지” 분하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한반도 침략에 대한 배상은커녕 전범국가로서 불법 만행을 인정하고 청산한 일이 없다. 과거사를 제대로 가르치지도 않는다. 언론마저 넷우익의 입맛에 맞게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퍼 나르며 진실을 은폐하기 바쁘다. 이러니 분할 수밖에.

최선영/이화여대 에코크리에이티브협동과정 특임교수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2채널 동아시아 뉴스 속보게시판에는 연일 한국 관련 뉴스가 올라온다. 실시간 댓글이 많이 달리는 게시물을 클릭해보았다. 한국 관련 주제가 인터넷에서 고조되는 양상을 분석한 일본 <뉴스포스트 세븐>의 기사였다. 이 기사는 “그동안 한국은 인터넷 오락거리이자 야유 대상으로 ‘혐한’으로 소비되어왔으나 혐한의 양상은 ‘거한’(拒韓·한국 거부)에서 ‘애한’(哀韓·불쌍한 한국)으로, 이제는 ‘치한’(嗤韓·한국 조롱)으로 변모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경제보복 이후 진정한 승자는 높은 페이지 뷰를 기록한 ‘웹 미디어’였다고 꼬집는다. 특히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일본어판은 야후 재팬 등 뉴스 사이트에서 큰 수혜를 보았다는 것이다. 한국을 조롱거리로 만드는 혐한 뉴스 거래, 정말 웃프다.

최선영/이화여대 에코크리에이티브협동과정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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