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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25 14:28 수정 : 2019.06.25 22:29

KBS 환경 다큐 <플라스틱 지구>의 한 장면.

[최선영의 미디어전망대]

KBS 환경 다큐 <플라스틱 지구>의 한 장면.
최근 <시엔엔>(CNN)은 호주 뉴캐슬대학팀의 연구를 인용해 충격적인 보도를 했다. 우리는 일주일에 적어도 신용카드 한 장 무게인 5g의 미세플라스틱을 흡입한다는 것이다. 생수와 물, 갑각류, 주류, 소금을 통해 2000여개의 플라스틱 알갱이를 먹는다니, 내 뱃속의 앞날은 어찌 될까? 체내 축적된 미세플라스틱이 독성물질과 결합해 내분비계 문제가 발생한다는 연구가 있으나, 미디어에 소개된 과학 연구 내용이 다소 자극적이고 과장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2015년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 기준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무려 133kg로 세계 1위라니 그저 무시하고 넘어갈 보도는 아닌 것 같다.

지난해 방송된 케이비에스(KBS)스페셜 <플라스틱 지구>(기획 송웅달, 연출 송철훈·장강복) 2부작은 불사조인 플라스틱을 적나라하게 추적한다. 전세계 생수를 무작위로 수집해 검사한 결과 미세플라스틱이 거의 전부 검출되었다. 공포스러웠다.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의 환경다큐멘터리 <알바트로스>를 인용한 비극적 인트로도 끔찍했다. 빨간 플라스틱 뚜껑을 열매로 착각한 어미 새가 아기 새에게 계속 플라스틱을 먹이는 장면을 보며 인간인 사실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위험 경고나 폭로에 그치지 않았다. 윤리적 소비와 생태적 일상을 실천하는 사례도 균형있게 소개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는 안심과 용기를 준, 내게도 영향을 준 실로 오랜만에 마주한 공영방송다운 프로그램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대상,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올해의 좋은 프로그램상, AIBD(아시아태평양방송개발기구) 월드티브이상 과학-환경 부문 최고 TV 다큐멘터리상 등을 수상해 파란을 일으켰고, 사회적으로는 비닐봉투 사용 규제에 영향을 미쳤다.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나는 학생들과 생태적 삶을 소재로 팟캐스트를 제작했고, 학생들의 녹음 대본을 재가공해 ‘다음 브런치’ 글로 발행했다. 샴푸 없이 머리 감는 ‘노푸’, 궁궐 야간 개장이 생태에 미치는 영향, 인간의 식생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 일상에서의 실천을 제시하는 에코콘텐츠 제작을 실험했다. 어떤 글은 1만여회가 넘는 조회 수로 큰 관심을 받았다. 피드백을 직접 받은 학생들은 환경 관련 과학 글쓰기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첫 수업에서 <플라스틱 지구>를 함께 보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당대의 현안을 되짚어보고 행동의 기준을 만드는 것은 공영방송이 할 일이다. 그동안 공영방송에서조차 소위 먹방, 맛집 프로그램을 통해 1회용 그릇과 배달 음식을 문제의식 없이 방송해왔다. 여전히 1회용 플라스틱 그릇이나 빨대, 비닐봉투의 습관적 사용에 방송노출은 관대하다. 음주나 흡연 장면 방송에 신중을 기하듯, 공영방송만큼은 이제 1회용 플라스틱 방송노출에서 흡연 장면에 준해 사려 깊게 다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공영방송이 환경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만든다면, 1회용품을 써서 방송하는 인기 먹방 크리에이터도 주의해 콘텐츠를 만들지 않을까. 그러면 누군가는 또 그 영향을 받을 것이다. 공영방송은 좋은 사회적 습관을 만드는 일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플라스틱 지구> 속편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정규프로그램이 아닌 여전히 ‘스페셜’이라고 한다. 2013년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지된 <환경스페셜>이 부활하기를 희망하며, 스페셜이 아닌 일상적으로 환경 문제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정규 프로그램 편성을 간곡히 요청드린다. 매 끼니 축적된다는 뱃속 플라스틱 양을 좀 덜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최선영
이화여대 에코크리에이티브 협동과정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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