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12.22 18:20 수정 : 2016.12.22 22:06

정재민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

우버 택시 덕분에 해외 학회에 가면 한두번쯤 택시를 타게 된다. 스마트폰 앱으로 부르면 바로 차가 오고 바가지 쓸 걱정도 없다. 심지어 너무 빨리 와서 허둥대며 타러 가야 할 정도다. 언제인가부터 숙박은 학회에서 정해주는 호텔이 아닌 에어비앤비로 정한다. 가격도 싸고 색다른 재미도 쏠쏠하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경제적 유인도 있지만, 여행지에서 불편함을 해소해주고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외국에 나가면 어디서 택시를 타야 할지도 모르고 가격도 알 수 없어 부담스러웠다. 학회에서 정해준 호텔은 비싸기만 하고 숙박 말고는 효용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무런 염려 없이 편리하게 택시를 탈 수 있고, 집주인으로부터 맛집과 명소도 추천받는다. 검색과 추천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더 환영받는 서비스다.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기업 가치는 유니콘 중에서도 가장 높다. 상장되기도 전에 기업 가치가 10억달러(1조원) 이상 되는 스타트업을 유니콘이라 칭한다. 전설이나 상상 속에서만 등장하는 동물 유니콘처럼 희소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렇게 드물던 유니콘이 파괴적 기술과 서비스에 힘입어 2016년 12월 현재 전세계 179개에 달한다. 우버는 기업 가치 680억달러로 유니콘 리스트 1위에 올라 있고, 에어비앤비는 300억달러로 4위다. 소셜미디어 스냅챗과 핀터레스트, 신생 미디어기업 버즈피드, 복스 미디어, 바이스 미디어도 유니콘이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를 비롯한 새로운 강자들이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과거에는 해당 산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사업을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 택시사업에 대한 경험 없이 택시산업에 발 디디기 어렵고, 숙박업에 대한 경험 없이 숙박산업에 진입할 엄두도 못 냈다. 하지만 우버 창업자는 택시 운전을 해본 적이 없고, 에어비앤비의 창업자 역시 모텔에서 시트 한번 갈아본 적 없다. 그들은 공급자 관점에서 이렇게 멋진 상품과 서비스라면 사람들이 당연히 이용하겠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이용자 입장에서 뭐가 아쉽고 필요한지를 관찰하면서 채워지지 않은 욕구를 찾고 또 찾았다.

미디어 산업의 혁신도 산업 밖에 있는 제3자에 의해서 벌어졌다. 아이튠스를 통해 노래 한 곡당 판매로 음악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꾼 것은 스티브 잡스다. 그는 가수도 음반 제작자도 아니다. 듣고 싶은 노래는 한 곡인데 앨범 전체를 사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했다. 넷플릭스의 창업자도 방송사 피디나 영화감독이 아니다. 영화를 비디오로 빌려보고 반납을 제때 못해 벌금을 내는 게 억울했다. 그러다가 반납하기 쉬운 서비스를 고안해낸 것이 넷플릭스의 시작이다. 유튜브의 창업자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다. 친구들과 파티하고 찍어둔 동영상을 공유할 방법이 없었다. 일일이 전달하자니 귀찮아서 결국 직접 유튜브 사이트를 만들었다.

이렇듯 파괴적 혁신은 미디어 산업 밖에서부터 진행되고 있다. 미디어 조직 내에서의 오랜 경험과 고정관념이 오히려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혁신은 생산자가 아닌 독자와 시청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면서 그 속에서 채워지지 않는 욕구가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그것이 혁신의 시작이자 유니콘이 되는 길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미디어 전망대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