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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0.06 17:54 수정 : 2016.10.06 20:57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좋은’ 참여(1970·80년대 민주화 시위)와 ‘나쁜’ 참여(일베의 폭식 퍼포먼스, 어버이연합 시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구성원들의 정치적 선호도가 매우 견고해 현실 정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참여에 적극적이다(어버이연합의 관제데모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둘째, 정치적 의견이 같은 이들에게 둘러싸여 다른 생각이나 관점에 노출될 기회가 적다. 전자는 참여민주주의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되는 특징이고, 후자는 숙의 민주주의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요소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참여 민주주의와 숙의 민주주의 병행 실천이 대단히 어려운 문제임을 알게 된다.

2014년 ‘정당의 활동개황 및 회계보고’에 따르면 정당이 보고한 당원 수는 519만8389명으로 전체 인구의 10.1%, 선거인 수의 12.6%에 이른다. 새누리당이 50.0%, 민주당이 46.6%로 전체의 96.6%를 차지한다. 당비를 납부하는 진성 당원의 수는 전체 당원의 11.7%인 61만2900명에 불과하다. 민주당(15.4%)이 새누리당(7.3%)의 두 배를 넘지만 군소정당인 녹색당더하기(65.1%), 정의당(59.9%), 노동당(58.3%), 통합진보당(32.1%)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비율이다. 권력의 크기가 클수록 당비 납부 비율이 매우 낮은 셈이다.

전체 인구의 1.2%에 지나지 않는 진성 당원은 당내 정치적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여 큰 권한을 행사한다. 예를 들어, 더불어민주당 당헌·당규에 의하면 당규로 정한 당비를 납부한 당원은 권리당원이 되고, 권리행사 시행일 전 12개월 이내에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은 공직 및 당직 선거를 위한 선거인 자격 및 추천을 위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며 선출직 전국대의원 자격을 갖추게 된다. 전국 대의원이 당헌의 제정 및 개정, 당대표와 최고위원의 선출 등의 의결 권한을 행사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진성 당원이 한국 정치의 기후를 결정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실제로는 더 적은 이들에 의해 결정되겠지만). 이와 같은 귀납적 추론의 타당함을 증거하는 사례는 많다. 가령, 언론이 자주 쓰는 ‘강박’ ‘친박’ ‘친노’ ‘친문’이라는 용어는 소수의 정치 세력들이 정당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실을 지칭한다.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합의와 이견 간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 경험칙에서 비춰 볼 때 다수의 합리적인 여론을 반영하기 위해 정치인들이 자발적으로 정치 개혁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는 난망하다. 더욱이 정치 담론 형성 과정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론은 기존의 ‘나쁜’ 정치 문화를 공고히 다진다. 이를테면 언론은 비상식적이고 반인륜적인 일탈적 참여를 나무라기는커녕 참가자들을 주요 취재원으로 활용하고, 정치인의 네거티브 전략(국회의장의 자장면 식사 사진에 ‘분개한’ 여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대변인 출신 국회의원)에 조응해 정치적 갈등을 증폭시킨다. 정치적 의견이 다른 이들과의 교류 기회를 만들어줘야 함에도 우리네 정당과 언론은 부정적 참여를 부추기고 구성원 간 숙의를 방해한다.

보통의 유권자들은 극단의 이념적 성향을 가진 진성 당원들보다 다양한 정치적 견해에 더 많이 노출되어 이견과 합의의 균형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이들의 정치 참여를 도와야 참여 민주주의와 숙의 민주주의의 병행 발전이 가능하다. 이제는 특정 집단과 정당을 넘어서는 다양한 의견이 표명되는 정치커뮤니케이션 구조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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