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총선을 대비한 1차 영입 인사를 발표했다. 그런데 6명 중 3명이 종편의 단골 패널리스트였고, 2명도 종편에 자주 등장한 출연자였다. 마치 종편이 새누리당 영입 인사 양성소가 된 것 같다. 김 대표는 이들을 “애국심이 높은 젊은 전문가그룹”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토론에 단골로 출연한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을 놓고는 ‘이 시대의 영웅’이라고까지 극찬했다.
하지만 영입 인사 대부분이 종편 프로그램에서 ‘막말 평론가’로 논란을 일으킨 전력이 있어서 뒷말도 없지 않다. 그중 한 명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면서 “이게(검정 교과서) 북한 교과서인지 대한민국 교과서인지 모르겠는데, 더 심각한 것은 이게 북한 김일성 독재에 이용되었다는 내용은 아주 작은 글씨로 밑에 나와 있습니다. 이 필진의 의도가 버젓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죠”(2015년 10월7일 <티브이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라고 말했다. 30년 가까이 아무 말 없다가 청와대에서 한마디 하니까 헐레벌떡 독재국가에서나 채택하는 국정 교과서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새누리당과 생각의 주파수가 같은 사람인 것 같다. 그의 민주주의관은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평론가라는 간판을 내걸고 종편에 출연해서 이른바 ‘어버이’와 ‘아줌마’를 상대로 한국의 정치와 사회 돌아가는 이야기를 설명해왔음을 상기해보자. 종편에서 이들이 무슨 말을 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조·중·동과 함께 이들이 박근혜 정권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 공로가 컸고, 그들의 영입에는 애국심이나 능력에 못지않게 종편 출연을 통해 표출한 정권에 대한 동질감 그리고 정권 안정에 기여한 공로가 참작됐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종편은 신문으로 치면 센세이셔널한 기사로 독자를 늘려 이익을 올리는 타블로이드 신문에 비견할 수 있다. 그런데 선거철이면 이런 매체들의 영향력이 지상파 방송을 능가한다. 미국판 종편이라고 할 루퍼트 머독의 <폭스 뉴스>는 공화당 집권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국에서 400만부가 팔리는 머독의 타블로이드 신문 <더 선>은 선거 때면 투표를 좌우하는 위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역대 정권은 선거 때면 머독에게 고개를 숙인다. 실제로 총선 전에 <더 선>의 지지를 받지 못해 집권의 기회를 놓진 정당도 있다고 한다.
선거의 승패는 투표로 결정된다. 한 표의 값은 누구에게나 동등하다. 그래서 저질이지만 사람이 많이 보는 타블로이드나 종편이 선거 때는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도 2012년 18대 대선 이후 종편은 여당이 승리하는 데 무시하지 못할 공을 세웠다고 본다. 그러므로 한국 민주주의 입장에서도 종편을 정권의 지배하에 두어서는 안 된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반면에 종편은 자기편 것만 보도하고 경쟁자에게 유리한 정보는 잘 보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라를 의식 면에서 양분시킬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사회통합 면에서 종편은 약점이 있다. 이 점을 극복하는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 지금 종편이 모방하고 있는 미국 폭스뉴스는 민주주의를 신장하는 데는 기여하지 못하고 빈부의 차이 같은 사회문제 해소에 취약한 편이다. 그러므로 종편의 소유 시장을 균형화하고 그 기능을 조절하는 심층 개혁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권력과 돈이 종편을 지배하여 선거를 결정하게 하고 사회의 양극화를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키울 우려가 있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관련 영상] 종편이 키운 ‘종변’이 새누리에 나르샤/ 말풍선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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