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5.12.21 19:59 수정 : 2015.12.21 19:59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의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이 지난 18일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 세계 언론의 화제다.

가토 전 지국장이 기소된 것은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 물속으로 침몰하던 작년 4월16일의 참사 당일 7시간, 온 국민이 꽃다운 어린 학생들이 살아나오기를 가슴 조이며 기도하던 그 시간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노심초사한다던 박근혜 대통령이 어디서 무얼 했는지에 관해 쓴 칼럼 때문이다. 온 국민이 알아야 할, 대통령으로서는 알렸어야 할 자신의 7시간 행적에 관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던 때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가토 지국장의 글은 보기에 따라 미혼 대통령에게는 명예훼손이 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애국심을 입술에 달고 다니는 보수우익 시민단체들이 가토 지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곧 수사에 착수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의 명예훼손 혐의로 가토 지국장을 기소했다.

대통령의 권위를 무시한 추측성 남녀관계를 기사화한 외국 언론, 그것도 일본의 보수언론에 따끔한 ‘교훈’을 주고 다른 언론에도 경각심을 줄 생각에서였는지 모르겠으나, 가토 지국장을 형사사건으로 기소한 것은 곧 박근혜 정권이 언론의 자유를 억제하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란 비판이 국내외 언론에서 쏟아져 나왔다.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것이 언론의 기본사명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대통령을 선출된 국왕처럼 대우하는 것은 민주주의 신념이 확실치 못한 보수 극우분자들의 사고방식이다. 프랑스 하원은 지난 5월15일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법률안을 가결했다. 유럽인권재판소가 사르코지 대통령 시절 그를 향해 “머저리야, 꺼져!”라고 쓴 손팻말을 들이댄 시민에게 모욕죄로 벌과금을 부과한 프랑스 법원 판결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 계기가 됐다. 많은 법적 혜택을 누리고 있는 대통령에게 명예훼손 고발권까지 인정하는 것은 법 앞의 평등에 위반된다는 취지에서다. 이런 세계적인 법 인식으로 볼 때 가토 지국장을 명예훼손으로 기소한 것은 한국 검찰의 법 인식이 얼마나 후진적인지를 드러낸 것이다.

명예훼손 발언이나 문서를 제3자가 고발할 수 있게 한 법률도 문제가 있다. 명예훼손은 각 개인이 판단할 문제다. 그런데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가 대신 고발할 수 있게 한 것은 대통령처럼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고 타인을 시켜 고발하게 함으로써 권력기관이 비난을 피해가며 시민의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데 남용할 수 있다. 가토 지국장의 고발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하겠다. <르몽드>에 따르면, 명예훼손을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한 한국 법률에 관해 미 국무부도 우려를 표명했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이후 한국의 언론자유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 국제 언론감시단체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뉴욕 타임스>도 12월17일(현지시각) 가토의 무죄를 선고한 한국 법원 결정을 보도하면서, 유엔인권위원회가 지난 11월 “정부를 비판하고 기업이익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기소하는 데 명예훼손죄를 이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데 우려를 표명했으며… 한국은 민주주의 기능에 필수적인 비평에 관해서 관용의 문화를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한”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결과적으로 한국 검찰의 가토 지국장 기소는 박근혜 정권과 검찰의 언론 탄압과 표현의 자유 억압을 국제사회에 드러내는 계기가 된 느낌이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미디어 전망대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