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1.23 20:02
수정 : 2015.11.24 14:25
<뉴욕 타임스>가 19일 마침내 박근혜 정권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다. 뉴욕 타임스는 ‘한국 정부, 그 반대자들을 겨냥하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정권과는 밤과 낮처럼 다른 한국의 민주적 자유를 후퇴시키려 골몰하고 있는 것 같아 아주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수만명의 한국인들이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재벌기업의 노동자 해고를 더 쉽게 하는 노동법 개정에 항의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면서, 박근혜 정부는 또한 사회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표출되는 비판과 반대를 통제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톡의 이석우 공동대표가 검찰에 기소돼 사임한 것을 두고 정부의 감시 시도에 저항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사용자들의 의견 제한을 거부한 것이 기소의 진짜 이유라는 비판적 시각을 소개하기도 했다. 신문은 올해 한국 경제가 좋지 않지만 “해외에서 한국의 평판에 대한 가장 큰 위험은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것으로, 주로 역사를 다시 쓰고 비판자들을 억압하는 박 대통령의 탄압조처들”이라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에서도 여론을 주도하는 대표적 고급지다. 그 사설이 지니는 무게는 다른 신문과 비교할 수 없다. 또한 국정화를 옹호하는 해외 언론은 하나도 없다.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미국의 소리>(VOA)도 비판적인 분석을 보도했다. 구글은 뉴욕 타임스 사설을 우리말로 번역해놓기까지 했다. 그런데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신문은 뉴욕 타임스의 사설을 소개하지 않았다. 국가의 기간 통신사라는 <연합뉴스>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연합뉴스, 한국방송(KBS), 와이티엔(YTN)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한 직원들을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선포했다. 명백한 언론자유 탄압이다. 한국 언론의 부끄러운 현주소다. 박근혜 정권의 민주주의 수준을 반영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런 정권을 민주의 정권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런 언론을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 옷으로 위장한 파시스트 체제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4년 전 영국의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이 신문 부수 확장을 위해 센세이션 신문을 만들 욕심에서 인터넷을 마구 해킹하다 들통이 난 일이 있었다. 머독은 해킹 혐의가 드러나자 극구 부인했다. 심지어 경찰까지 매수해 해킹 사실을 은폐했다. 그러자 영국의 주요 신문들이 영국 신문의 명예를 위해 해킹 혐의가 있는 머독의 <뉴스 오브 더 월드>(NOW)의 취재 과정을 추적해서 해킹을 입증하는 데 힘을 모았다. 미국 언론인들도 머독 언론의 불법 취재를 밝히는 데 협조했다. 결국 머독 언론의 해킹 사실은 드러났고, 머독은 문제의 신문을 폐간하고 영국 국민들에게 사죄해야 했다.
언론은 권력과의 싸움에서 단신으로는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머독 언론에 공동 대항한 영국 언론처럼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사명을 위해 언론인들의 연대가 불가피할 때가 있다. 그런데 한국의 친권력 언론들은 오히려 정권을 옹호하는 데 힘을 모아 앞장서면서, 민주 진보 언론과의 연대는 한사코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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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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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미국 언론의 대원로인 월터 리프먼은 100년 전, 진실되고 필요한 뉴스가 꾸준히 공급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실패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바로 오늘 한국의 언론을 두고 한 예언 같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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