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0.26 20:09
수정 : 2015.10.27 18:21
<시엔엔>(CNN)이 지난 20일 새로 설립한 자회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뉴욕 본부건물에서 불과 3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회사는 붉은 로켓을 로고로 채택한 그레이트 빅 스토리(GBS·이하 지비에스)이다. 지비에스는 시엔엔이 전액 투자한 유한회사로, 케이블 뉴스에서 가장 많이 이탈한 25살에서 35살 연령층을 주 대상으로 삼는다. 모바일용 자체 동영상과 기업 등으로부터 후원받는 동영상을 직접 제작하는 스튜디오이자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다. 약 30명의 영상전문가를 채용해서 출범한 지비에스는 네이티브 광고와 브랜드 콘텐츠에 최적화된 자회사라 하겠다.
네이티브 광고란 광고주가 제공하는 기사나 정보를 마치 기사처럼 보이게 작성한 온라인 광고로 광고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하고 광고 노출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새로운 광고기법이다. 후원자의 명칭을 표시하기에 일반 협찬광고와는 차별성이 있다. 한편 브랜드 콘텐츠는 기업이 자사의 브랜드 확장을 위해 다큐멘터리나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양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으로 콘텐츠에 후원자가 명시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 광고의 트렌드는 전통적인 광고양식을 버려 자연스럽게 광고 내용을 수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시엔엔이 지비에스를 설립한 것은 주 수익원인 케이블 채널 송신료 수입과 글로벌 광고시장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20~30대 젊은 세대들의 시청률이 급감하는 등 경영적 불활실성이 높아져 대체 수익이 절실하다. 이미 시엔엔은 2014년에 자사 콘텐츠를 모바일과 웹용으로 재구성해서 소셜미디어 등에 유통시키기 위한 ‘디지털스튜디오’를 만든 바 있다. 덕분에 지난 1년 동안 자사 홈페이지의 비디오뷰가 48% 성장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을 통해 유통되는 동영상의 성장세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것이었다. 적절한 동영상 광고모델을 찾지 못해 큰 수익을 얻지도 못했다. 또한 홈페이지와 모바일에 네이티브 광고를 실어 왔지만, 언론의 평판 관리를 위해 일반기사와 완전히 구분되는 제한된 공간에서만 이를 게재해 왔다.
그러나 지비에스는 시엔엔이 주로 다루고 있는 무거운 뉴스를 버리고 스스로 스폰서 친화적인 ‘브랜드 콘텐츠 스튜디오’임을 노골적으로 표방하고 있다. 동영상 콘텐츠 경쟁에서 이기고 새로운 광고수익을 얻는다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이라 하겠다. 시엔엔과 같은 글로벌 뉴스기업이 네이티브 광고에 특화된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저널리즘이 오랫동안 중요한 도덕률로 여겨왔던 기사와 광고의 분리가 이미 낡은 패러다임이 되었음을 말해준다.
생존의 위기에 선 미디어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이것은 합리적 의사결정일 수 있다. 그러나 저널리즘 관점에서 본다면 네이티브 광고의 확대는 편집공간을 광고가 침식하는 ‘미디어 상업화’의 씁쓸한 이면이 아닐 수 없다. 네이티브 광고는 비록 후원 기업명을 드러내기는 하지만, 기사양식을 취해서 상업적 후원물과 독립적인 취재기사를 혼종시킨다. 오늘날 상업언론들이 전문직주의와 객관주의 저널리즘 모형을 발전시켜 온 이유는 정보의 독립성 때문이었다. 기사와 광고의 구분은 그 대표적인 결과물이었는데, 이제는 근본적인 도전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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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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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미디어 시장을 놓고 보면, 네이티브 광고를 마냥 비판할 수도 없다는 점이 더 안타깝다. 이 실험이 저널리즘의 평판을 훼손하지 않으려면, 이용자가 기사와 광고를 구분할 수 있게 콘텐츠에 후원자를 명확히 표시하는 한편, 편집국에 상업적 영향력이 미치지 않도록 독립성을 유지시켜 주는 내적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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