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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0.19 20:23 수정 : 2015.10.19 22:02

지난 2주간 열린 국정감사에서 공영방송 <문화방송>(MBC)의 관리 감독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의 발언이 연일 화제였다. 유신시대 매카시즘의 유령이 난무하는 무대를 다시 보는 것 같았다. 코미디 같으면서도 이승만의 매카시즘 박정희-전두환의 매카시즘에 이어 박근혜 정권의 ‘고영주 매카시즘’ 예고편을 보는 것 같아 소름이 끼치는 착잡한 느낌이었다.

지난 8월 취임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국정감사장에서 마구 쏟아낸 이념적 편향 발언으로 국회와 언론은 물론 시민사회단체들까지 분노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대표를 공산주의자라고 막말한 고영주 이사장의 사퇴를 결의했고 서울지방변호사회도 그의 사퇴를 촉구했다. 고 이사장이 “본인의 뜻과 다른 이들에게 좌경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광기어린 매카시즘”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 이유다. 고영주의 메카시즘에 대한 국민적 거부반응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매카시즘은 원래 기득권 세력이 자기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부 관리나 지식인, 연예인, 시민을 친공산세력 좌경으로 몰고 피해를 입히는 음해성 행동을 지칭하는 말이다. 1940~50년대 미국에서 매카시즘의 마녀사냥이 광기를 부릴 때 수많은 사람이 단순히 친공분자라는 고발로 직장에서 쫓겨나고 사회에서 배척당했다. 그 악몽 때문에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국인들은 매카시즘 하면 몸서리를 친다. 매카시즘은 보수 기득권층이 그들의 특권을 유지하는 편리한 무기였다.

우리도 자유당시대, 유신시대를 거치며 매카시즘의 피해를 경험했다. 그런데 민주화로 메카시즘을 추방한 지 30년도 채 안 돼 다시 그 유령들이 우리 앞에 나타나 활개를 치고 있다. 더구나 국민의 안전과 공익을 우선하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공정하게 보도해야 할 공영방송의 이사장이 제1야당 대표를 “공산주의자”라고 공격하고 전직 대통령에게 “변조된 공산주의자”라고 막말을 하는 데 서슴없다.

매카시즘이 우리 옆까지 다가와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증거다. 공영방송의 이사장이라는 사람이 한국사 교사의 90%가 좌편향이라는 헛말을 내뱉고 이런 죄파들이 국사 교과서를 만들어 문제가 많다며 정부의 반민주적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옹호했다. 공영방송 이사장이 할 소리가 아니다. <한국방송>(KBS) 이사장도 뉴라이트 사학자로 통한다. 두 공영방송 이사장이 모두 매카시스트로 분류되고 있다. <기자협회보>가 최근호에서 ‘방송의 국정화 우려한다’는 사설을 쓸 정도로 언론의 친메카시즘 흐름이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적신호다.

고 이사장의 메카시즘이 관심을 끄는 것은 그의 발언 자체도 문제지만 그보다도 그런 인물을 그 자리에 앉힌 최고 권력자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간 언론이 단결해서 매카시즘을 비판하고 싸운다면 정권의 매카시즘은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고 본다. 매카시스트들의 ‘종북’ 비난은 증거가 희박한 비난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증거 없는 고발이나 비난이 피해 당사자에게 기분 좋을 리 없겠지만 법적으로는 아무 효력이 없다. 오히려 역습도 가능하다. 미국에서 매카시즘 악령을 추방하는 데 성공한 원로 방송기자 에드워드 머로우가 충고한 메카시즘 처방이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그러므로 박근혜 정부가 양대 공영방송 이사장을 매카시즘의 명수로 배치했다고 해서 미리 주눅들 필요는 없다. 시민 지식인들이 단결해서 한국판 매카시즘에 대항하는 제2의 민주화 투쟁을 전개하면 고영주 매카시즘 박근혜 메카시즘에 대한 투쟁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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