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7.27 21:12
수정 : 2015.10.27 18:24
일본의 경제미디어그룹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독일의 출판미디어 그룹인 악셀 슈프링거를 제치고 12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의 주인이 됐다. 인수금액만 8억440만파운드 (약 1조5천억원)이다. 2014년 닛케이그룹의 전체 순이익이 약 103억엔(약 96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16년치 순이익을 모아야 가능한 ‘얼토당토 않은’ 인수금액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 사건을 대서특필하며 닛케이의 결정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일본은 여전히 신문강국이지만, 2010년 대비 지난해 15.5%의 신문구독자 수 감소가 나타났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70대의 노령세대이다. 그런 이유로 일본 매체들은 축소되는 신문시장을 해외로 확장했다는 점에 자뭇 고무된 듯하다.
다수의 미국과 유럽 언론들은 우려스런 시각도 보낸다. <블룸버그>는 소프트뱅크의 미국 통신사 <스프린트> 인수 등 일본기업들이 해외 미디어시장에 진출해서 실패한 사례를 들면서 과도한 인수금액에 부정적인 시각을 담기도 했다. 에프티의 편집권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닛케이는 일본기업이 제공하는 자료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일본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경향을 보여왔다고 비판받아 왔다. 2011년 올림푸스의 회계부정 사건이 났을 때, 에프티가 대서특필한 반면, 닛케이는 이를 부정한 바 있다.
에프티 종사자들은 닛케이와 언어장벽이 커서 겹치는 양사인력을 대상으로 한 인력조정 여지가 크지 않다고 보고 안도하는 듯 하다. 이전 소유주인 교육미디어그룹인 피어슨의 최고경영자 존 팰런의 통제적 경영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에 만족해하는 입장도 있다.
닛케이의 이번 전략은 세계 경제가 실시간으로 상호연동되는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미국, 유럽, 아시아를 잇는 통합경제정보망을 형성하는데 있다. 이번 인수로 세계경제시장 대부분을 포함하는 고급 경제정보망이 형성된 점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로 인정받고 있다.
무엇보다 닛케이의 키타 츠네오 대표가 밝힌 것 처럼,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온라인뉴스 유료화를 달성한 에프티의 디지털전략에 많은 방점을 두고 있다. 에프티는 73만7천명의 온라인유료독자를 두고 있으며, 회사매출의 70% 이상을 피시와 모바일 온라인 독자들로부터 얻고 있다. 고객관리시스템의 우수성은 많은 언론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닛케이는 이번 인수로 세계 최대인 통합 93만 4천여명의 온라인 유료독자를 구축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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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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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통큰 인수합병은 우리 언론에게는 너무 먼 남의 나라 이야기이다. 그러나 우리가 다시한번 확인하는 것은 에프티처럼, 수익구조가 피시와 모바일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돈을 내고 뉴스를 구매하는 독자를 만들어내는 역량이 있느냐가 언론사의 지속가능성을 가늠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수합병이나 제휴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보망과 가입자 규모를 확대해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정보산업에서는 작은 가게가 많다고 구매가능한 상품수가 늘어나지 않는다. 상품중복성만 높을 뿐이다. 일정 규모를 갖춘 슈퍼가 정보공급과 배열에서 다양성을 더 충족시킨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언론이 생겨나고 그 수는 늘어만 가지만, 내용 다양성은 오히려 줄어들고 비슷한 기사만 많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닛케이가 부럽지만 그 기세가 무섭고, 우리 내부적으로는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공존하는 뉴스가 아닐 수 없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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