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이나 지역에 관련한 소문 중 사실로 드러난 것들이 많다. 지난 20세기에 자주 듣던 “유언비어 유포자를 엄단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무색하다. “괴담 진원지는 도리어 정부”라는 비아냥거림도 나온다. 애초에 정부는 “2미터 이내에서 1시간 이상 머문 게 아니면 전파 가능성은 거의 없다”, “3차 감염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호들갑 떨지 말라는 식이었다. 그러나 가까이 있는 사람만 걸린다는 ‘비말전파’만이 아니라 감염자 병실 밖 사람들까지 감염되는 ‘에어로졸 전파’가 나타났다. 확진자 중 상당수는 3차 감염이고 이제 4차 감염도 시작했다. 언론도 갈피를 못 잡고 ‘괴담’을 경계했다가 정부를 나무랐다 병원을 비난했다 하며 오락가락이다. 어떤 신문사와 방송사는 삼성병원 의사 사망 오보를 냈다가 각각 몇시간, 몇십분 안에 정정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다른 인터넷 뉴스 매체들이 삽시간에 나서 이 보도들을 베껴 쓰면서 “위독”에서 “뇌사”, 그리고 “사망”까지 이어지는 오보 릴레이 경주에 참여했다. 1980년대 독재 시대에 대통령 부부와 그의 친구에 대한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이들 3명이 함께 보던 시험에 “‘생각하는 사람’의 작가는 누구인가?”라는 문제가 나왔다고 한다. 대통령 부인이 ‘로뎅’이라고 답을 썼고 그것을 훔쳐 본 대통령 친구가 ‘오뎅’이라고 잘못 베꼈다. 다시 이 답을 훔쳐 본 대통령은 베낀 티를 안 내고자 ‘어묵’이라고 적었다는 이야기다. 괴담이 현실이 되고 뉴스가 유언비어로 전락하고 있다. 권세정 등 카이스트 연구진이 빅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해본 결과 루머는 직접 본 것보다는 어디선가 “들었다”는 내용이 많았다. 대부분의 뉴스 기사도 직접 본 것이 아닌, 들은 이야기로 만든다. “~로 알려졌다”는 식의 첩보도 거리낌 없이 보도한다. 뉴스를 가장한 유언비어다. 유언비어가 이슈가 되는 사회는 소통 문제가 있는 곳이다. 성균관대 이효성 교수(신문방송학)는 ‘유언비어와 정치’라는 논문에서 경직된 사회에서만 유언비어가 의미를 지닌다고 분석한 바 있다. 자유로운 사회에서는 유언비어 수도 적고 사회적 의미가 약하다. 미국에서 나도는 루머라고 해야 ‘뱃속에서 폭발하는 과자‘ 등 어처구니없는 것들이라고 한다. 1940년대에 미국 심리학자, 고든 알포트와 레오 포스트먼이 만든 공식은 ‘유언비어는 중요한 이슈에 대해 불확실성이 높고, 공식적인 정보 제공이 부족하며, 사람들이 불안할 때 확산한다’는 것이다. 부끄럽게도 지금 21세기 한국 사회에 딱 들어맞는다. 오보도 마찬가지로 공식정보가 부족할 때 나타난다. 관련 연구들은 오보 원인으로 뉴스원이 정보를 통제하고 기자가 이를 극복해 낼 전문성이 부족한 것을 꼽는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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