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6.01 20:44
수정 : 2015.10.27 18:24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긴급 기자회견이 지난달 28일 열렸다. 이 자리에서 양사는 자사의 뉴스서비스 제휴계약에 필요한 평가를 공개적인 뉴스평가위원회를 구성해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언론 관련 협회, 공공기관, 언론학회 등이 복수의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된 일종의 사회적 공동규제기구를 구성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민간기업이 콘텐츠 계약 여부를 제3자에게 위임하는 것은 <한국방송>(KBS)과 같은 공영방송사도 하지 않는 정책으로 국내외에서 그 사례를 찾기 힘들 것이다. 네이버가 그동안 언론학회가 추천한 전문가들에게 비공개로 평가를 의뢰해 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업 내부의 전문가 시스템의 하나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포털사들이 스스로 요청한 ‘자발적 사회제도화’를 의미한다. 즉, 시장의 원리가 아닌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공동규제로서 시장질서를 잡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역으로 한국의 온라인 뉴스 시장이 시장의 관점에서 실패했음을 반증한다. 수요와 공급, 경쟁의 구조, 그리고 상품의 품질 등 많은 부분에서 그러하다.
양사가 제안한 제휴평가모델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일종의 ‘다자간 이해자집단 모델’ 또는 ‘멀티스테이크홀더 모델’(Multistakeholder Model)에 가깝다. 인터넷의 초국경적인 성격으로 인해 인터넷의 공적 규제(법), 기술표준, 시장, 규범 등은 전세계의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수립해 왔다. 인터넷 거버넌스가 곧 다자간 이해자집단 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시장내 이해집단들이 특정한 사적 계약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분명 생소하다. 그래서 이번 조치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미 한국의 온라인 시장은 온라인 뉴스의 한계비용이 제로에 수렴하면서 모든 층위의 언론사에서 이윤이 고갈되고 있으며, 낮은 진입장벽으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 상황에서 주목을 끌기 위한 부당경쟁과 어뷰징이 범람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정보매개자(포털사업자 등)의 영향력이 커져 사회적 ‘언론성’이 포털과의 계약 여부로 받아들여지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모델은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시장 내 이질적인 참여자들의 위치이다. 이 모델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구가 사회적 수요를 반영하는지, 대표성이 있는지, 공적 책임성을 구현하는지, 운영의 공개성과 투명성이 보장되는지, 다양한 집단을 포괄하는지, 참여집단 간의 기회의 동등성 등이 제공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양사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온라인 뉴스를 평가할 기구는 일단 공개성과 투명성을 지향하는 것 같다. 문제는 이해가 상충하는 집단들의 조정과 역할에 있다. 다자간 이해자집단 모델에서는 일반적으로 영향력 있는 기업이나 국가의 힘이 더 크게 작동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기업-학계-공공영역의 역할 조정추가 필요하다. 또한 정당성을 갖춘 사회적 규범체계(코드)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사적 계약 절차의 사회적 제도화의 성공 여부는 시장 환경과 참여자의 조건을 면밀하게 점검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