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2.22 20:02
수정 : 2014.12.22 20:02
지난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달 말로 허가기간이 끝나는 수도권 지상파이동멀티미디어방송국(DMB) 6개사에 대해 모두 재허가를 의결했다. 이들은 지상파 방송사인 한국방송공사(KBS),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과 디엠비 전문 사업자들인 와이티엔(YTN)디엠비, 유원미디어 및 한국디엠비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시민 한 명 당 한 대꼴로 보급돼 있다는 디엠비는 설립 이후 9년째 계속 적자 상태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보편적 서비스 매체가 마치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시청자들은 디엠비를 휴대폰이나 차량 내비게이션으로 가끔 보는데 이름만 ‘디지털’이지 화질도 엉망이고, 신호가 잡히지 않는 곳도 많으며, 채널 찾기도 혼란스럽다. 채널을 돌리면 텔레비전이 나왔다가, 오디오가 나왔다가, 정보가 나왔다 하면서 일관성이 없다. 몇 개 안 되는 티브이 라인업 중 5개가 홈쇼핑으로서 매체 정체성이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정책 당국 처지에서는 고질적 적자 사업에 공익 의무를 주문하는 것이 머쓱하기도 하다. 없애기에는 너무 많이 깔려 있는 이 매체가 부담스럽다.
사업자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했건만 정책 변화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됐다고 호소한다. 실제로 적자폭을 줄여가고 있던 이 사업은 2012년 미디어렙법 시행 이후 디엠비 광고를 지상파 광고와 묶어 판매해 주던 정책이 없어지면서 수익이 급감하였다. 종합편성채널(종편) 등장으로 광고 물량이 빠진 탓도 있다. 초기부터 정부가 이것을 ‘뉴미디어’라고 선전은 하면서도 ‘올드 미디어’인 지상파에 맞춰 규제해온 것도 발목을 잡았다.
사업자들도 미디어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다양한 영상, 오디오, 정보 채널이 가능한 이 매체를 단일한 플랫폼이 아닌 ‘알아서’ 각자의 채널을 운영하는 지상파 취급을 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다. 케이블티브이 등 다채널 서비스들은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홍보와 유사채널 대역 등 일관된 편성 및 채널 가이드 등이 제공되는 반면, 디엠비 채널들은 각자도생을 하고 있다. 애초 전체 채널을 묶어 하나의 플랫폼으로 허가해주었으면 좋았겠지만 이것은 특혜 의혹 등으로 어려운 문제였다. 하지만 사업자들이라도 함께 모여 일관된 플랫폼을 구축하려고 노력했다면 화질 및 콘텐츠가 열등한 지금의 브랜드 이미지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지상파 3사에게 디엠비는 규모상으로 그리 중요한 사업이 아니다. 이들에게 디엠비 부문의 적자규모는 공익 서비스로 간주하며 감내할만한 수준이기도 하다. 그러나 와이티엔디엠비, 유원미디어와 한국디엠비 같은 비지상파 사업자들은 이 사업이 전부이기 때문에 자본잠식을 앞둔 상황에서 뭔가 해보려고 안간힘을 써야 한다. 주변부 사업으로 간주하는 지상파와 “격이 안 맞는”(?) 이들이 만나 시너지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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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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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들은 그간 고화질 디엠비, 하이브리드 디엠비, 저출력 디엠비 등 나름의 기술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제 기술 개선만이 아니라 이것을 차별적 브랜드를 자랑하는 단일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것이 되어야 광고요금 현실화 및 일부 유료화 등의 수익 모델이 뒤따르며 선순환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의 난맥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상파 방송 3사의 지도력과 방통위와 미래부 등 정책당국의 정책 의지가 필수적이다. 보편적 서비스는 시장에 내버려 둬서 되는 것이 아니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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