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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2.08 20:38 수정 : 2014.12.08 20:38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정직한 언론인’의 표상인 리영희 선생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리영희재단이 지난 1일 장경욱 변호사 등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인 모임(민변) 변호사 6명과 최승호 피디 등 시민방송 <뉴스타파> 취재진 3명에게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공로로 리영희상을 수여했다.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은 2년 가까이 언론에 보도돼 온 사건이다. 국정원은 2013년 초, 수년 전에 탈북해 서울시 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유우성씨를 간첩혐의로 체포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국정원은 오빠와 합류하기 위해 탈북한 유씨의 여동생 유가려씨를 6개월간 탈북자 합동신문수사센터 독방에 감금한 채 수사를 벌였고, 유가려씨는 마침내 오빠가 북한 간첩이라고 자백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감금 협박에 의한 자백’이 드러나 간첩 사실을 입증할 수 없게 되자 국정원은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증거조작 공작에 들어갔다.

국정원의 조작을 감지한 민변 변호사들은 생사람을 간첩으로 만드는 반인륜적 음모를 저지하기 위해 자비로 중국을 왕래하며 힘없는 시민이 국가권력의 간첩조작에 희생되지 않도록 조작된 증거를 반박할 새로운 증거들을 입수했다. 민변 변호사들의 존경스러운 모습이다. 민변과 뜻을 같이한 뉴스타파 취재팀도 유가려씨를 심층 인터뷰하고 조작된 증거를 반박할 자료를 열심히 수집했다. 이들은 마침내 국정원의 증거조작 사실을 폭로하고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얻어냈다. 참으로 모범적인 변호인과 언론인들이다.

수백명의 취재 인원을 거느린 공영방송인 <한국방송>(KBS)이나 <문화방송>(MBC)이 감히 상상조차 못할 일을 시민들의 소액 후원금으로 운영하는, 탐사방송 뉴스타파가 불과 몇 명의 인원으로 국정원의 간첩조작 음모를 부쉈다.

이번 사건은 처음부터 정치적 의혹이 제기된 것이었다. 당시 ‘대선 개입’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던 국정원으로서는 본연의 임무인 ‘간첩 잡는 일’을 잘하는 곳이라는 점을 부각시킬 기회가 필요했다. 잘만 하면, 대선 개입으로 인한 비난 여론의 화살을 피할 수 있는 호재였다. 이 대목에서 사건 초기부터 국정원 입장을 옹호하는 보도와 사설을 써온 <동아일보>의 보도 태도가 눈에 띈다. <미디어오늘>은 ‘국정원-동아 커넥션’ 의혹을 거듭 제기했고,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도 커넥션의 존재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은 신문협회가 지난 3월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아들 의혹을 처음 보도한 <조선일보>한테 “모범적 보도”라면서 한국신문상을 줬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국정원 등의 대선 개입을 수사하는 검찰의 총수를 몰아내려는 정권의 음모를 돕는 보도라는 비판이 많았다. 조선은 “탈선권력에 대한 용기있는 비판으로 5개월간 혼외자를 추적하기 위해 100여명을 동원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 인권보고서는 이 보도에 대해 “정보기관에서 제공한 것”이라고 보고했다. 조선의 독자적인 취재에 따른 보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법원은 지난 11월 채군 정보를 불법 추적한 전·현직 국정원 직원에게 유죄를 선고해 국무부 보고가 옳았음을 확인해 주었다. 결국 조선의 보도는 ‘정부와 언론의 합작품’으로 드러난 셈이다.

동아, 조선 보도는 “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권력과 너무 가까우면 위험하다”는 것을 우리 눈앞에서 보여줬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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