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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0.20 20:42 수정 : 2014.10.20 20:42

성한표 언론인·전 한겨레 논설주간

한국의 기자들은 요즘 반세기에 걸쳐있는 두 시대를 동시에 살고 있다. 한 쪽 끝은 유신시대의 언론탄압으로 상징되는 1970년대 초에, 다른 쪽 끝은 ‘1인 미디어’로 상징되는 첨단 정보통신(IT) 시대에 닿는다. <문화방송>(MBC)이 항소심에서 해고 무효 판결을 받은 이상호 기자를 판결 다음 날 다시 해고한 최근 사태는 오늘의 언론 상황이 유신시대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웅변한다.

반면에 지난 2000년 <오마이뉴스>, 2001년 <프레시안> 등의 창간으로 문을 연 인터넷 신문·방송 시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1인 미디어의 확산과 함께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언론 상황을 만들었다. 오마이뉴스에 등록된 ‘시민기자’는 7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들은 “기자라는 이름은 더 이상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니다”고 말한다.

이들 뉴미디어의 위상은 이제 주류언론을 ‘보완’하는 대안언론에 머물지 않는다. 지난 2011년 말 ‘심층 탐사보도를 목적으로 한 인터넷 독립 언론’을 표방하며 등장한 <뉴스타파>가 대표적이다. <뉴스타파>는 ‘국정원 간첩조작 연속보도’로 오는 24일 주류언론들을 제치고, 한국기자협회와 한국피디연합회가 공동으로 시상하는 제 20회 통일언론상 대상을 받는다.

‘독립 언론’의 약진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퓰리처상의 2013년 저널리즘 부문 수상자는 불과 5년 전 등장한 <인사이드클라이밋 뉴스>(ICN)다. 사무실도, 간판도 없고, 기자 7명이 각자 있는 곳에서 기사를 전송하며, 화상회의를 통해 편집방향을 결정하는 이 언론사가 가장 주목받는 환경문제 전문 탐사보도 매체가 되었다. <뉴욕타임스>와 같은 주류 언론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환경취재 부서를 폐지한 틈바구니를 독립 언론이 파고든 것이다.

언론의 주도권이 뉴미디어 쪽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매체인 신문에 종사하는 기자의 자리가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운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의 지역신문들은 이미 전반적인 붕괴 과정에 들어가 있다. 이미 수만 명의 기자가 실직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전통 매체 기자들의 대량실직이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다. 언론 지형의 변화에 따른, 냉혹한 경제논리가 한국의 언론에서는 철저히 관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기사’를 쥐고 있는 언론과 ‘광고’를 쥐고 있는 대기업이 서로를 위협하며, 기묘한 동거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가능한 상태일 뿐이다.

덩치가 공룡처럼 커진 전통매체의 기자들이 지금 가장 골몰해야 할 일은 활로를 찾는 것이다. 요즘 일부 주류 신문들이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춰, 지면개편을 하고 있는 것은 골수의 병은 그대로 두고 화장만 짙게 하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활로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열어가야 한다. 출발점은 언론사의 경계를 넘어서는, 대동단결의 힘으로 권력의 압력에 맞섬으로써, 1970년대가 아닌, 현재로 빨리 돌아오는 일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언론사의 대변신을 위한 기자 자신의 큰 변화다. 한국 최고 직장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는 일부 언론사 기자들은 물론이고, 직장인 의식에 물들어 가고 있는 대다수 기자들은 기자라는 직업의 특수성을 성찰해 보아야 한다. 박봉으로 대안언론에서 일하는 기자들이 성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성한표 언론인·전 한겨레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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