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4.10.02 19:06 수정 : 2014.10.02 19:06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지상파 방송사가 ‘레드 오션’에 빠진 것 같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간한 ‘2013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 자료를 보면 2013년에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는 광고 수익이 전년도에 비해 평균 5.1% 떨어졌다. 지상파 시청률의 지속적 하락은 경쟁 채널과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생긴 세계적 현상이다. 한국에서는 종합편성채널(종편)의 무리한 시장진입으로 지상파가 타격을 더 받았다. 2013년 지상파 3사의 평균 시청률은 수도권 기준 16.9%로서 불과 3년 전에 비해 3.4%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종편 평균이 3.5%인 것을 생각하면 종편이 그만큼의 시청률을 가져간 셈이다. 광고 수익은 그만큼 악화일로다.

그나마 프로그램 판매로 얻는 수익은 늘고 있다. 방송 매체가 많아지고 주문형 비디오(VOD) 시청이 늘어나면서 지상파 콘텐츠 수요가 커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콘텐츠 판매 수익은 광고 수익 축소와 제작비용 증가세를 벌충하기에 급급하다. 방송 매체가 많아진 것이 작가와 출연자 등의 인건비도 노동시장 평균 임금인상률보다 훨씬 높게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사정이 나빠졌어도 그간 지상파에 부과돼 온 사회적 의무와 기대의 크기는 변함없다. 아니, 제작비용 증가로 고급 다큐멘터리와 어린이 프로그램 등의 ‘의무 비용’은 더 커진 셈이다. 케이블 채널들은 금기시돼 온 소재와 표현을 쓰면 “신선하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지상파가 그렇게 할 경우 비난만 쏟아지니 창의력도 위축된다. 만약 <제이티비시>(JTBC)의 <마녀사냥>이 다루는 소재나 표현을 지상파 방송에 옮기면 큰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수신료 인상 및 중간광고와 광고총량제 등 규제완화 조치도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안타까운 것은 지상파 방송사가 ‘집토끼 잡는’ 데 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충성스런’ 50대 이상을 시청률의 마지막 보루로 삼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같은 시청률이라도 소비 성향이 높은 20~40대 층을 많이 포함하고 대중문화를 선도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광고주는 가구시청률은 전혀 관심 없고 목표 시청자층만을 원한다. 문화방송의 <무한도전>은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에 비해 시청률이 높은 편도 아니지만 광고는 ‘완판’(완전 판매) 이상을 한다. 이 광고시간을 잡으려면 다른 ‘약한’ 프로그램에도 억지로 광고를 해야 할 지경이란다. 아울러 이런 프로그램은 실시간 방송을 보지 않고 유료로 내려받아서 보는 새로운 시청 패턴의 수용자가 선호하므로 콘텐츠 판매 수익도 높다.

시청률만을 높이려다 보면 대중매체로서 필요한 문화적 민감성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뉴스 프로그램 시청층의 고령화는 현 보수정부에 편향된 뉴스 편집의 명분이 되기도 한다. 보수적 제작 분위기는 시사, 교양, 예능, 드라마 가릴 것 없이 모든 장르의 창의성을 위축시키고 젊은층의 이탈을 더욱 가속화한다. 최근의 화제작들인 <응답하라 1994>, <꽃보다 청춘>, <비정상회담>, <밀회>, <히든 싱어>, <슈퍼스타 케이> 등은 모두 비지상파 채널의 것들이다. 이들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명해진 연예인들을 ‘한물간’ 토크쇼에 불러 활용하는 것은 그만큼 지상파가 영향력을 잃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가구 시청률에 집착하는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지상파가 살 것이다. 시청 집단을 면밀히 분석하고 온라인 비디오 구매층까지 염두에 둔 기획과 편성을 하지 않으면 지상파의 미래는 없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미디어 전망대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