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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8.14 19:56 수정 : 2015.10.27 18:29

‘가난한 자의 벗’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을 방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많은 내용이 소개되었지만, 교황이 로마 가톨릭 역사상 디지털미디어기술을 가장 잘 이해하고 활용한다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는 웹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 등) 짧은 메시지와 같은 디지털 도구를 통해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에게 더 다가가야 합니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청빈과 겸손에 이어 ‘디지털 소통의 교황’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 드려야 할 것 같다. 실제 교황의 트워터 팔로우는 8월13일 현재 432만명을 넘어섰고, 교황과 관련한 수많은 메시지들이 트워터 상에 생산 유통되고 있다.

퓨리서치가 최근 교황의 취임(2013년 3월) 이후 1년 동안 발생한 트워터 메시지와 미국 주요 언론보도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보고서를 냈는데, 눈여겨 볼 대목이 많다. 일단 트위터 메시지의 대부분이 긍정적이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대략 84 대 16의 비중으로 긍정적인 내용이 많았다. 전임 베네딕트 교황의 트워터 메시지는 30 대 70으로 부정적 메시지의 비중이 더 높았다. 또 교황은 조사 기간 동안 미국 뉴스미디어에 의해 5만여회 이상 온라인에서 언급돼 4위의 자리에 올랐다. 1위는 오바마 대통령이었다.

교황이 미디어의 중심에 자리잡게 된 것은 그가 언론 인터뷰에 적극 임하고 디지털기기를 활용해 직접 소통에 나선 것도 한몫 했다. 교황은 취임 뒤 4개월이 지날 무렵 브라질에서 로마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동성애 성향의 신부들에 대한 기자 질문을 받았다. 그는 “만약 동성애자가 선한 의지를 갖고 신을 찾는다면 내가 과연 그를 심판할 수 있겠는가”라고 답했다. 이 짧은 메시지는 전 세계 미디어와 트위트 이용자를 강타했다. 사실 전임 베네딕트 교황의 트워터 메시지 중 가장 관심을 많이 받은 것은 그의 ‘사임’ 소식이었다. 미혼모 문제나 바티칸의 부정부패 문제와 같이 민감한 주제의 질문도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의견을 밝혔다. 교황의 소통 방식은 외부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만들었고, 이는 바티칸 내부 혁신을 가속화하는 힘이 되고 있다.

교황의 이런 소통 방식에는 숨은 공로자가 있다. 교황 홍보를 총괄 기획하는 자문관인 그레그 버크이다. 올해 53살인 그는 미국인으로 <로이터> 등을 거쳐 <폭스뉴스>에서만 10년간 일한 언론인이다. 로마 가톨릭이 미국 언론인을 홍보 자문관으로 고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는 지금 바티칸의 “커뮤니케이션 혁명”을 이끌고 있다.

버크는 교황의 트워터 계정(@Pontifex)을 관리한다. 그는 보수적인 바티칸에서 많은 의견 충돌을 겪고 있지만, 미국인 특유의 유머감각을 잃지 않고 있다. 교황이 소방관의 헬멧을 우스꽝스럽게 쓴 사진이 담긴 트위터 메시지를 기억해 보라. 버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교황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지 않지만, 그 누구도 교황의 말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교황의 소통은 궁금증에 직접 답하고, 격식을 벗고 보통사람의 눈높이로,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서 직접 소통하는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메시지의 진정성이 더 중요할 것이다. 이런 소통방식을 우리 정치 지도자들도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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