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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24 19:24 수정 : 2015.10.27 18:29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세월호 침몰사고는 우리 사회의 치부를 종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사고의 원인, 구조 방식, 그리고 정부의 후속조치 전반에 걸친 상식 밖의 일들에 그저 무기력해질 뿐이다.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슬픔, 분노, 허탈함 등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그 무엇이 마음 한켠에 있다. 여러가지 감정 형용사를 떠올려 봤지만 마땅한 단어가 없다.

궁여지책으로 찾아낸 단어는 ‘자괴감’(自愧感)이다. 이 말은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감정을 뜻한다. 자괴감은 단순히 외부 대상을 향한 게 아니라 나 또는 우리 사회를 향한 내향적인 감정이다. 그러고 보면 많은 주변 사람들이 ‘부끄럽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 부끄러움의 근원은 우리가 믿고 있던 신뢰시스템이 거품처럼 꺼져버린 데 있다. 공적인 것을 지키고 믿는 것이 피해를 주는 아이러니 속에서 어른으로서 아이들 보기가 부끄럽고, 우리가 믿고 있던 선진화된 국가상이 부끄러워지고, 지켜지지 않는 제도나 규칙 등 사회적 규약체제가 부끄러울 따름이다.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는 우리 언론도 매한가지일 것이다.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우리 언론은 재난보도 때마다 제기되어온 문제점을 되풀이했다. 오보를 양산하는가 하면, 확인되지 않은 취재원에 농락까지 당했다. 유가족이나 피해자 보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인터뷰가 이어졌고, 자극적인 화면과 사건을 극화시키는 일도 재현됐다.

언론사들은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정부와 선박회사를 비난하고 있지만,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을 안 지키는 것은 그들도 매한가지이다. 참조할 만한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은 이미 만들어져 있고 수차례의 국가적 재난 속에서 문제점이 어느 정도 학습된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도 이를 실천하지 않았다.

가이드라인의 유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을 기자들이 체화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그것은 편집정책의 수립과 이에 대한 교육에서 시작된다. 54만원의 선원안전교육비를 책정한 청해진해운만을 비난할 일은 아니다. 전쟁터 같은 취재 현장에 기자를 내보내면서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을 숙지시킨 언론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다.

세월호 침몰사고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을 꼽으라면 텔레비전의 ‘과잉보도’를 들 수 있다. <교육방송>을 제외한 지상파 4개사, 종합편성 채널 4개사, 그리고 보도전문채널 2개사 등 10개 주요 채널이 1주일 가까이 전일 생중계를 하다시피 했다. 국가적 재난이고 국민의 관심이 쏠린 사안을 이같이 다루는 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주요 채널들이 모두 수도꼭지 틀듯 24시간 같은 내용을 방송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시청자 편익보다 종편 및 보도채널 허가 이후 급격히 치열해진 보도경쟁의 결과물로 비친다.

지나친 경쟁에 따른 부작용도 보인다.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제한된 취재인력을 이 사건에 집중시키다 보니, 다른 중요한 뉴스는 제대로 유통되지 못하는 정보편중 현상이 나타났다. 취재 정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거의 모든 채널들이 새로운 소식 없이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회전목마식 보도로 시청자의 주목 끌기에 급급했다. 추측성 보도와 부정확한 진단이 멈추지 않았다. 책임질 사람을 찾기 위한 성급한 여론몰이식 보도도 보인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이런 재난보도에 과잉노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데도 부모들을 위한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 뉴스를 보고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어린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물론, 언론의 관심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단기간에 과몰입된 관심이 썰물처럼 잊혀질까 걱정되어서다. 이런 걱정에조차 자괴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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