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3.27 19:55
수정 : 2014.03.2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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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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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기반해 출발한 <허핑턴포스트>는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참여형 저널리즘이다. 방문자 수로 본다면 적어도 미국에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다. 이 매체의 데이비드 우드가 보도한 ‘전장을 넘어서’가 퓰리처상 국내 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돼 언론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아메리카온라인(AOL)에 인수된 이후 공격적 확장을 계속해서 2011년 <허핑턴포스트 캐나다>를 시작으로 국제판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영국·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일본·독일·브라질 등을 거쳐 2월에는 11번째로 <한겨레>와 제휴해 <허핑턴포스트 코리아>가 창간됐다.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에 따르면, 허핑턴포스트는 국제판을 기반으로 2013년에 전년 대비 21%의 순방문자 수 증가를 기록했다. 2013년 10월 순방문자가 8400만명으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 수치의 44%는 미국 밖에서 발생했다. 프랑스판은 106%, 캐나다판은 75%의 순방문자 증가(2012년 대비)를 기록했다. 특히 비디오 콘텐츠의 성장이 두드러지는데, 2013년 11월에 1억800만 뷰를 기록해 전년 대비 510% 성장했다.
우리와 언론 상황이 비슷한 일본에서는 지난달 순방문자가 600만명으로 유력 경제 주간지 <도요게이자이>와 맞먹는다. 일본판이 야후재팬에 뉴스 공급을 하지 않으면서 낸 성적으로, 단기간에 놀라운 성장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본의 대표 블로그 뉴스인 <블로거스>나 <아고라>와 차별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들 사이트의 성과를 훌쩍 뛰어넘었다는 것은 놀랄 만한다.
허핑턴포스트는 에스엔에스(SNS)와 연동하는 소셜 커넥트 서비스를 통해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유명하다. 한 조사 자료를 보면, 2013년 10·11월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면서 <뉴욕 타임스>와 <시엔엔>(CNN)을 제쳤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슈피겔>과 <악셀 슈프링거> 등 거대 언론사들이 ‘안티 비즈니스모델 저널리즘’이라며 허핑턴포스트를 비난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개정된 독일 저작권법에서는 웹사이트에 작게라도 내용을 인용하면 저작권자에게 저작료를 지급하게 돼 있어, 허핑턴포스트 독일판이 뉴스를 수집하는 데 가장 큰 장애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까지 지표들은 허핑턴포스트의 승승장구를 입증한다. 그러나 국제판들은 국가별로 다른 처지에 있다. 한국판을 바라보는 국내 언론계와 블로거들의 시각도 양분된 것 같다. 초점은 대부분은 저작권료를 주지 않는 방침에 모아져 있다. 이 매체는 블로그 콘텐츠를 주요하게 배치하고, 뉴스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가치를 더하는 정보 배치자 모델을 취한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와 유사하다. 그렇기에 언제나 가장 빠른 뉴스 대응이 가능하고, 고용이나 저작료로 인한 비용 증가로부터도 자유롭다. 그러나 콘텐츠를 제공하는 블로거 입장에서 보면 불공정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매체를 전통적 뉴스 매체로 보지 않고 자발적 블로그 네트워크로 본다면 시각은 달라진다.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의 성공 여부는 언론계나 포털의 검색 환경에 달렸겠지만, 그 중심은 블로그 문화에 있다. 심리적 보상만으로 글쓰기를 통한 사회 참여와 정보 공유가 이뤄지려면 효능감이 높아야 한다. 효능감은 참여에 따르는 피드백으로부터 온다. 또한 자존감을 높여주는 브랜드 명성과 사이트 관리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엄격하게 댓글 관리를 하는 전략은 적절하다.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의 미래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상업적 블로그 마케팅으로 신뢰가 떨어진 한국 블로그 문화에 훌륭한 대체 모델임이 분명하기에 기대가 크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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