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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06 19:36 수정 : 2014.03.09 10:42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교수

한국의 방송에는 겉으로는 공정한 듯하나 정작은 공정하지 않은 뉴스들이 많다. 대통령 외국 순방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외교가) 빛을 발하다”라는 표현과 “아이돌 그룹 못지않은 인기, 감춰뒀던 중국어 실력” 등의 낯 뜨거운 찬양형 보도는 편향성이 명백하게 드러나니 차라리 낫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불공정 기법들은 문제 제기를 어렵게 하고, 그래서 더 많이 활용된다.

방송 뉴스에서 대표적인 불공정 기법은 이른바 ‘공방(攻防)형 보도’이다. 여권에 불리한 기사(예를 들면, ‘간첩 조작 사건’)를 여야의 공방으로 만들어 이슈에 대한 ‘물타기’를 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보도는 야당의 공격과 여당의 반격으로 이어가다가 마지막에는 “정파간 충돌로 민생에 차질이 우려된다”로 마무리하는 공식을 따른다. 이를 지적하면 방송사는 “주관적인 공정성은 어차피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이니 이렇게 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공정한 것”이라고 우긴다. 기자의 처지에서도 문제의 본질을 다루는 것보다 이렇게 적당하게 처리하는 것이 책임도 면하고 편할 것이다. 산술적으로는 중립적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불공정하다.

취재원이 말한 것을 그대로 옮기는 ‘따옴표 보도’도 불공정 보도의 다른 유형이다. 지난해 6월 말 방송사들은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그것도 발췌본을 다시 발췌하여 보도하였다. “임기 내내 북측 옹호” 등 고 노무현 대통령이 했다는 발언, 곧 사실을 따옴표로 인용하였지만 다른 발언들과의 맥락을 고려치 않은 편향 보도였다. 한국의 방송은 기자의 리포트에서 주관적 표현이 들어간 취재원의 말이나 보도자료를 그대로 읽으며 직접 인용한다. 그러나 신문과 달리 방송에서 직접 인용은 인터뷰 화면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박 대통령은 에스엔에스(SNS)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청와대는 밝혔습니다”라는 기자의 말은 주관적 표현과 기자가 직접 확인하지 않은 사실을 직접 인용하며 취재원의 대변자 노릇을 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무보도’, 곧 보도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이다. 보도를 하지 않으니 보도 내용이 공정한지 여부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할 수도 없다. “왜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보도하지 않느냐”고 비판하면 방송법 4조의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 조항을 내민다. 그러나 바로 같은 조 4항에 있는 방송편성규약 의무 규정이 보여주듯이 방송 편성의 독립성은 임명 과정에서 정권의 영향을 받는 임원이 아니라 일선 기자를 위한 것이다. 성균관대 정수영 교수의 연구 결과, 무보도는 갈등적 뉴스나 사회 감시형 뉴스에서 많다. 이에 반해 자사만 보도하는 단독 뉴스의 주제는 연성적인 것이 많다. 정작 중요한 것은 보도하지 않고 연성적인 것만 단독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날씨, 명절, 올림픽 등의 사안에 아이템을 마구 배치하며 ‘판 벌리기’를 해 정작 중요한 뉴스를 뒤로 밀어내는 방식도 사용된다. 또한 “친인척 측근 비리 의혹의 충격을 딛고 일 중심의 경제 사령탑 행보를 재개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라는 식의 주어 없는 수동태 문장도 불공정을 가리는 기법이다. 이상의 방식들은 저널리즘 원칙에 맞지 않는 것들이다. 초입 기자들이 멋모르고 관행적으로 따라 하다가는 공정성 훼손에 익숙해질지 모르니 조심하기 바란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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