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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2.20 19:24 수정 : 2014.03.04 17:18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

언제부턴가 특종 보도라는 문구가 독자들 기억에서 사라졌다. 언론상 수상작들 면면을 보면 박수 쳐줄 만한 특종감이 많지만 어디까지나 언론인들의 기억 속에 머무를 뿐이다. 특종 보도가 사라진 것은 디지털 환경과도 맞닿아 있다. 광속으로 정보가 유통되고 그 경로도 다면화돼 특종의 지속 시간이 짧아지고 새로운 정보에 파묻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문제는 언론 문화에 있는 것 같다. 언론사들은 학자들의 논문 표절에 엄격한 잣대를 대지만, 정작 언론사 간 기사 베끼기에는 관대하다. 적어도 학계에는 논문 인용과 표절의 기준이 존재한다. 그러나 언론계에는 없다.

물론, 기사를 통해 어떤 사건이나 정보가 공표되면 그것은 더는 특정사의 소유가 아니다. 대상이 되는 현상이나 사건이 동적으로 계속 변화하고 새로운 정보가 덧대어지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최초로 기사를 발굴한 언론사를 인용하지 않거나 익명으로 처리하는 게 언론계의 암묵적 관행이며, 결과적으로 언론 공동체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행동이다.

최근의 예를 보자. 얼마 전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에서 검찰이 제출한 출입국 기록이 조작된 것일 수 있다는 특종을 했다. 뉴스타파는 이 보도를 위해 장시간 탐사 취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다른 매체에 후속 보도가 쏟아졌고 공중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신문과 방송의 후속 보도에서 이 사안의 최초 발굴자인 뉴스타파를 언급한 경우를 찾기 어렵다. 한 종합편성채널은 뉴스타파 인터뷰 영상을 임의로 편집해 자사의 취재인 것처럼 사용한 경우도 있다.

타사가 발굴한 기사의 출처를 밝히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언론들은 <뉴욕 타임스>와 같은 외신 보도는 상대적으로 충실하게 원 출처를 밝혀준다. 그것이 자사 기사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러나 경쟁 매체 또는 자사보다 영세한 매체에 대해서는 가혹하리만큼 원 출처를 언급하지 않는다.

이런 관행으로 인해 힘들게 노력한 언론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 사라지게 된다.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탐사보도가 실제 언론사의 수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보는 언론계 일단의 시각도 결국 출처 없는 베끼기 문화 때문이다. 포털에서 뉴스 검색을 하면 특종 기사의 원 출처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언론사 간 복사와 변형이 반복적으로 이뤄져 누가 오리지널인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독자들은 언론사 간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그 제품이 그 제품인 것이다. 이런 관행은 온라인 뉴스에서 더 심하다. 직접 취재한 것보다 타사 기사를 검색해 가공하는 기사들이 온라인을 채우고 있다. 기사 양은 폭증했지만, 오리지널리티를 갖춘 기사는 빈약해졌다.

국내 언론은 대부분 온라인 뉴스의 장점인 링크나 태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반면, 외국 주요 언론들은 뉴스에서 언급되는 정보를 친절하게 링크로 연결시켜 독자들이 사실을 보강하거나 지식을 증강시킬 수 있도록 해준다. 언론사는 아니지만,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는 원고 작성 가이드라인으로 출처를 명시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위키피디아는 사실을 다룸에 있어 반드시 그 근거를 링크나 참고문헌 형식으로 제시하라고 작성자들에게 지시한다.

이제부터라도 다른 언론의 특종에 박수를 쳐주고 인용해줘야 한다. 그것이 공정한 경쟁의 출발점이자 보도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다. 또 기사 정보를 가능한 한 링크로 연결지어 정보 검색의 출발점으로서 뉴스의 가치를 높였으면 한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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