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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13 20:00 수정 : 2013.06.13 20:00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우장균, 조승호, 노종면, 현덕수, 권석재, 정유신. <와이티엔>(YTN) 기자 6명이 해직된 지 어느새 5년이 다 됐다. 2008년 이맘때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언론특보가 이 방송사 사장에 임명되면서 사태는 시작됐다. 잘못을 잘못이라고 말한 젊은 기자들은 마이크와 카메라를 빼앗겼다. 이들은 해직 5년을 맞아 지난 10일부터 ‘공정방송을 위한 국토 순례’에 나서고 있다.

현재 와이티엔 조직은 대략 공채 기수를 기준으로 각각 후배와 선배 집단으로 구분된다고 한다. 후배들은 대부분 차장급 이하로 ‘낙하산 사장 반대 운동’에 참여했으며, 선배들은 부장급 이상으로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특보 사장을 수용했거나, 이에 반대해 후배들에 동조했지만 지금은 현 체제에 순응한다. 후배들은 공적 리더십에는 따르나 해직 후배들을 방치하는 선배들을 마음속으로 좇는 것 같지는 않다. 정보를 수집·가공·전파하는 곳에서 조직 계층간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단절은 심각한 문젯거리다.

와이티엔 초기 역사에 함께했던 나는 만약 교수직으로 오지 않고 그곳에 남아 있었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생각해 본다. 아마도 어느 정도 알량한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선배 집단에 속해 후배들의 경멸 또는 연민의 대상이 됐을 것 같다. “나잇살이나 먹어 가족 생각도 하지 않고 젊은 친구들과 함께 하늘을 향해 주먹질해대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영화 <레미제라블>을 보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 젊은이들이 바리케이드 위에 올라가 깃발을 흔들고 있었다. 곧 발사될 총과 대포에 맞서 ‘민중의 노랫소리가 들리는가’(Do you hear the people sing)를 부를 수 있는, 두려움을 모르는 순수함에 연민이 일었다. 와이티엔 후배들도 설마 선배들이 자신들을 자르고 5년이란 세월을 방치하리라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순수했다. 3·1운동,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6월항쟁 등 한국의 역사를 발전시킨 동력은 한결같이 젊은이들의 순수성에서 비롯된 용기였다.

후배들이 ‘거리의 언론인’이 돼버린 상태를 더는 방치하지 말자. 이들의 용기로 인해 시청자들은 와이티엔이 그저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지금 선배들도 공정 방송을 위해 몸을 던졌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후배들이 때론 무례하고 때론 정치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무례는 선배들에 대한 존경이 실망으로 변하여 나온 반발이며 도움을 찾아 연대를 모색하는 것은 약자들의 정당한 권리다.

후배들을 복직시켰을 때 이들이 훈장을 달고 다니며 조직 위계를 해칠 것을 우려하지도 말자. 이들은 다시 돌아와 겨우 시끄럽게는 할 수 있지만 언제든지 징계위원회를 통해 벌을 받거나 잘릴 수 있는 약한 존재들이다. 힘은 누가 뭐라고 해도 회사에 있다. 나는 나의 옛 동료와 선배 대다수는 이들의 복직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생각한다(후배들은 선배가 보직을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경원시하지 말기를 간곡히 바란다. 경력 관리를 해두어야 후일 적절한 지위를 갖게 됐을 때 능력을 갖추고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강경론자들이 주도하는 의사결정은 자기 파멸적인 집단사고의 경향성을 갖게 된다. 선배들은 젊은 시절을 생각하며 조금 더 용기를 내보자. 우리 자식들에게는 다칠세라 “행여 나서지 말라”고 가르친다고 해도 대의를 위해 나선 젊은이들을 적어도 때리지는 말자.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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