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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4.16 20:24 수정 : 2013.04.16 20:24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미디어 전망대

지난해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면서 한국도 디지털 전환 완료국 대열에 끼게 됐다. 디지털 전환은 고화질·다채널 서비스와 주파수 재배치 과정에서 남는 영역을 다른 용도로 쓰는 경제적 효과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정작 한국 시청자가 체감하는 변화는 별로 없다. 선진국 대부분이 채널 수가 많게는 50개에 이르는 무료 지상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지만 한국에서는 예전에 보던 채널 5개만 그대로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를 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많은 시청자들은 아날로그 방송 종료에 대비해, 디지털 수상기 구입보다는 케이블티브이, 위성방송, 아이피티브이(IPTV) 등 유료방송에 가입하는 방법을 택했다. 디지털 전환을 ‘혜택’이 아니라 잘못하면 방송을 볼 수 없는 ‘문젯거리’로 접근하여 화면 가득 자막을 넣어가며 ‘종료 경고’만을 해댄 방송통신위원회의 책임이 크다. 지상파 방송만 안테나로 직접 수신하는 가구 비중은 그만큼 줄어 현재는 5% 정도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중순 방송통신위가 조사한 바로 고선명(HD) 수상기 보유 가구도 6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유료방송이나 디지털 컨버터를 통해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변환한 화면을 본다. 고선명 화면 비율(16:9)에 맞춘 지상파 방송을 아날로그 비율(4:3)로 보면 화면이 잘리거나 작게 나오니 화면 품질은 예전보다 오히려 더 나빠진 셈이다.

이러다 보니 디지털 전환 혜택을 지상파가 아닌 유료방송 영역에서 해결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케이블티브이 가입자 가운데 3분의 1에 불과한 디지털 서비스 가입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 ‘혜택’이 ‘문젯거리’로 치환되고 이것이 다시 ‘돈 내는 디지털 전환 혜택’으로 둔갑하는 당혹스런 현상이다. 케이블티브이 신호를 특정 방식(8-VSB)으로 보내거나 티브이 수상기를 팔 때 아예 디지털 케이블티브이 칩셋(클리어쾀)을 달도록 하여 기존 아날로그 시청자들도 쉽게 디지털 케이블을 보는 방식이 제안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들 또한 사업자들 간의 이해 충돌로 방향을 잡기 어려운 상태다.

디지털 전환 문제가 이렇게 꼬인 원인은 지상파 직접 수신 환경 개선 의무를 <한국방송>(KBS)에만 맡겨둔 데 있다. 다른 지상파 방송사는 물론이고 한국방송도 수신 환경 개선에는 별 관심 없이 유료방송의 재송신에 편승해 수신율도 확보하고 재송신비도 받는 일석이조의 이득만 취해왔다. 이를 감독해야 할 옛 공보처, 옛 방송위, 방통위 등 정책 당국의 잘못도 크다. 각 기구들은 당대 정권이 추진했던 케이블티브이, 위성방송, 아이피티브이에 지상파를 재송신하여 해당 미디어 보급률을 높이는 성과를 자랑하는 데 급급했다. 그 결과는 전 미디어의 ‘지상파 재전송·재방송화’이고 ‘5%만을 위한 전파 할당’이다.

이제라도 확실히 짚고 가지 않으면 ‘미디어 난개발’은 더 확대될 것이다. 무선통신에 쓰면 10배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지상파 전파를 이렇게 협소한 성과에 계속 쓸 것인지, 방송용 지상파를 멈추고 저소득층에게 유료방송 가입 보조금을 줄 것인지, 아니면 지상파의 역할을 더 찾을 것인지 정해야 한다. 이 중 골라야 한다면 나는 이제라도 무료 지상파 다채널 방송을 추진해 무료 미디어와 유료 미디어 각각의 건전한 발전을 회복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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