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3.26 20:31
수정 : 2013.03.26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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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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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망대
종합편성방송(종편)을 경영하는 보수지들을 보면 신문에 자사 방송 프로그램 광고를 싣고 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경우 처음에는 제2면에 세로로 한두 개의 프로그램 광고를 싣더니 이제 제2면뿐 아니라 다른 지면에도 마구 싣고 있다.
바닥을 헤매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라고 보지만 독자를 위한 뉴스 지면을 자회사 광고로 메우는 것은 언론 윤리에 어긋나는 짓이다. 언론도 이익을 앞세우면 윤리 따위는 뒷전으로 밀어버리는 하나의 실례다.
종편은 지난해 대선 기간 중 선거 분위기를 이용해서 시청률을 1%대로 올리는 데 성공했다. 정치 이야기 판을 벌려 시청자의 흥미를 돋운 토크쇼가 효과를 봤다는 평이다. 이 과정에서 이름 한번 들어본 일이 없는 자칭 ‘정치평론가’들이 떴다. 정체불명의 평론가들이 멋대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박근혜 후보의 당선에 이들의 공이 컸다는 비판도 있다. 종편 무대를 출세에 가장 잘 이용한 ‘정치평론가’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된 윤창중씨다.
토크쇼는 격식을 별로 따지지 않는 무대다. 막말도 난무한다. 점잖지는 않지만 막말이 시청률을 높이기도 한다. 미국 <폭스뉴스>의 토크쇼 진행자 빌 오라일리나 러시 림보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막말을 하는 데 이용하는 무대가 바로 토크쇼다. 정보·교양·오락·드라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엮은 종편은 제대로 운영하려면 돈과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토크쇼는 말재주 있는 진행자와 그와 이야기할 말 상대만 잘 고르면 된다.
토크쇼는 선거에 안성맞춤이다. 조·중·동이 처음부터 노린 것이 종편이 아니라 토크쇼 방송이라고 내다본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이 대선을 1년 앞두고 조·중·동한테 종편을 허가한 것도 대선을 겨냥한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시나리오였다는 해석이다.
그래서 언론 매체의 다원주의가 중요한 것이다. 유럽연합은 공동체 차원에서 언론의 다원주의를 언론 정책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프랑스는 1980년대부터 헌법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언론의 다원주의를 헌법적 가치로 인정해 왔다(1984년 10월10·11일 결정과 1986년 9월18일 결정). 이러한 결정이 축적돼 2008년 7월23일의 헌법 개정을 통해 미디어의 다원주의 보장을 헌법 제34조에 추가했다.
언론 매체의 다원주의가 보장되지 않고는 언론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것이 프랑스 국민의 판단이다. 프랑스 헌법위원회의 결정을 요약하면 “1789년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 제11조에서 보장하는 사상과 의견의 자유로운 소통은 시민들이 상이한 경향과 성격의, 충분히 다양한 간행물을 이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언론 매체의 다원주의가 현실화하지 않으면 언론 자유는 구호로 끝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기준에서 보면 신문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한 3대 보수지가 종편까지 소유하고 있는데 이들과 이념적으로 경쟁하며 진보적 여론을 반영하는 텔레비전 매체가 하나도 없는 한국은 언론 다원주의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가 진정한 언론 자유를 누리려면 현재의 종편 소유 판도를 바꿔야 한다. 그리고 진보 성향의 텔레비전 방송을 하나 허가해야 한다. 그래야 진보와 보수 간에 최소한의 언론 다원주의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런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우리에게 진정한 언론 자유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언론계와 정치인들이 진지하게 생각할 문제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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