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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19 20:37 수정 : 2013.02.19 21:25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미디어 전망대]

미래창조과학부가 방송·통신을 담당하는 주무 부서가 된다는 새 정부의 구상에 논란이 일고 있다. 방송계는 과학·경제 부서 아래에서 방송 공공성 위축을 우려한다. 통신계는 지난 5년간 여러 부서로 흩어졌던 정보통신 관련 기능을 모두 되찾지는 못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는 눈치다. 그러나 정작 무슨 기능을 어디에 남기고 어디로 옮기는지는 핵심적인 문젯거리가 아니다. 방송·통신·컴퓨터가 고도로 융합하는 현상을 어떠한 패러다임으로 다룰 것인지에 대한 납득할 만한 그림이 안 보이는 게 더 걱정이다. 물리적 조직 재배치만이 있을 뿐 융합 정책 자체에 대한 설명이 없으니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으니 불안하다.

콘텐츠 차원으로만 한정해도 한국 미디어 정책이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는 많다. 첫째는, 좁은 시장에 많은 사업자 간의 경쟁이 고품질 콘텐츠의 과소 공급을 초래하고 있다. 많은 돈 들여 좋은 내용 만들어 봐야 시장이 한정적이라 손해이다. 싸게 프로그램을 만들어 광고를 조금이나마 얻어 연명하는 게 차라리 낫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을 만든답시고 종합편성채널을 시작했지만 프로그램 품질은 올리지 못한 채 여러 특혜 덕으로 다른 약한 채널들의 시청률과 광고만 옮겨갔다.

둘째는, 외국 콘텐츠가 인터넷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무방비로 밀려들어오고 있다. 한국 콘텐츠는 수용자 접촉 기회를 그만큼 빼앗긴다. 지상파 방송 등 기존 매체는 고령화하는 데 반해, 젊은 세대들은 ‘미드’ 수용을 늘리면서 한국 방송 문화는 점점 더 창의력과 경쟁력을 잃어간다. 앞서 말한 프로그램 품질 저하 현상은 더 심화하여 창의산업이 위축될 뿐 아니라 한국 문화 정체성도 문제가 될 것이다.

셋째는, 계층 간 인식 단절이 심화하는 한국 사회는 사회 통합이 시급한 과제다. 계층 간, 지역 간 미디어 소비 격차도 심각하다. 젊고 경제력이 있는 계층은 오티티(OTT·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등 다양한 수단으로 서울 지상파방송의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빠지지 않고 본다. 그러나 지방 노인들은 시장터를 찾아다니는 품질 낮은 지역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보아야 한다. 계층과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면서도 미디어 소비의 차별이 일어나지 않는 종합정책이 절실하다.

이러한 문제들은 콘텐츠와 플랫폼, 네트워크, 단말기 등 모든 미디어 영역의 정책과 규제 융합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회 통합을 위해서 지상파 디지털 다채널 서비스를 도입해 저소득층과 노령층도 고품질 정보와 문화를 즐기게 할 수 있다. 공영방송에는 더 적극적인 지원과 그만큼의 의무 부여를 하는 반면, 사영 미디어 사업자들에게는 과감한 규제 개혁으로 투자와 혁신의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공영이나 사영이나 모두 같은 수준의 공익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오히려 공영 미디어의 차별성 의무를 덜어주는 셈이 된다. 반대로, 공영·사영 구별 없이 같은 방식으로 산업적 차원의 ‘수평적 규제’를 하자는 것은 부피만 큰 ‘공갈빵’처럼 사회적으로는 얻을 게 없다.

미디어를 커뮤니케이션, 곧 소통의 수단으로 보지 않고 그저 빠른 시간에 많은 정보가 흘러가는 것이 바람직한 통신의 수단으로만 바라볼 때 미디어의 본질적 기능을 놓치게 된다. 미래부 설치 목적이라는 “성장동력 창출과 창조경제 구현”과 소통은 별 관계가 없다. 사회적 교감 없이 불쑥 내놓은 미래부 구상으로는 현재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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