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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05 20:55 수정 : 2015.10.27 18:32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

미디어 전망대

종합편성채널(종편)이라는 개념은 한국적 방송 제도의 산물이다. 지상파 방송으로 시작한 텔레비전 방송은 전파의 희소성으로 제한된 채널밖에 제공할 수 없었다. 다양한 시청자층을 만족시키기 위해 지상파는 시청자들의 생활시간 주기에 맞춰 차별화를 구사하는 종합 편성 전략을 구사했다. 이는 국민 모두에게 무료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는 지상파의 책무이기도 하다.

경제적 관점에서 종합 편성은 높은 비용을 요구한다. 수백명의 기자와 보도국을 갖춰야 하고 다양한 예능과 드라마 제작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그렇기에 도달률이 높지 않은 채널에서 종합 편성은 효과적이지 않다. 다채널인 케이블과 위성방송에서 전문 편성 채널이 나온 것도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방송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오늘날과 같은 다중 매체·다채널 환경에서 종편을 허가한 것은 일종의 역주행이다. 낮은 시청률과 저렴한 광고 단가에도 불구하고 고비용의 다양한 장르를 다뤄야 하는 종편의 경영 전망은 애초부터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이 역주행을 가능하게 한 것은 허가 및 승인이 필요한 방송 보도권 때문이다. 한국의 방송 제도는 뉴스 보도가 가능한 채널을 엄격하게 제한하는데 종편은 보도를 통해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결국 1년이 지난 지금 종편은 비용이 많이 드는 장르의 편성을 줄이고, 모기업인 신문사와의 결합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비용을 최소화하는 편성 전략으로 전환했다. 한마디로 정치 보도 및 논평으로의 전문화라고 할 수 있다. 지상파가 높은 수준의 사회적 감시와 제도적 심의에 묶여 기계적 균형성과 공정성의 규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반면, 비등가적 내용 규제를 받는 종편은 공격적인 포맷과 내용으로 정치 뉴스의 틈새를 파고들었다. 18대 대선에서 그런 현상은 두드러졌다.

종편 4개사가 그동안 선보인 정치 보도 및 대담물들은 어떤 성격과 결과를 보여왔는가? 요약한다면 △이념의 채널 브랜드화 △오락 포맷을 차용한 정치 뉴스 △미국 <폭스뉴스>의 빌 오라일리와 같은 보수 성향의 간판 진행자 등장 △확인되지 않는 정치 ‘뒷얘기’와 무책임한 정치 시나리오 양산 △공격적인 대담 문화 △전문성이 의심되는 ‘정치 평론가’ 양산이 그것이다.

특히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정치 평론가들의 품질은 우려스럽다. 전문화된 평론이라기보다는 이미 언론에 나온 내용을 복기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정치 평론가는 “이념은 드러내더라도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는 것이 빌 오라일리의 주장이다. 그러나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 대변인처럼 정치인과 구별되지 않는 평론가들은 평론을 하는 게 아니라 내집단화된 훈수를 두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념적 다양성이다. 미국의 3대 케이블 뉴스 네트워크는 이념적 차별성을 갖고 있다. 시청률 선두를 달리는 보수적이고 선정적인 <폭스뉴스>, 진보적인 <엠에스엔비시>(MSNBC), 공정성을 중시하는 <시엔엔>(CNN)이 그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4대 종편의 모태는 모두 보수 신문이다. 종편의 경영수지 악화는 정치 보도의 선정성과 이념적 쏠림을 더 부추기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치 프로그램의 범람 속에 우리는 오히려 정치적 다양성에 목말라 있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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