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1.22 20:21 수정 : 2013.01.23 11:32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미디어 전망대]

지상파 방송의 고령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시청률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간 50대 이상의 시청 비중은 점점 커졌다. <한겨레>가 이달 12일치 ‘티브이 시청자 50대 이상이 절반 넘어’ 기사에서 보도했듯이 50대 이상이 전체 시청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었다. 젊은 층이 케이블 티브이, 아이피티브이, 엔스크린 등 뉴미디어로 대폭 빠져나갔지만 고령층은 인구 비중도 늘어난데다 젊어서부터 익숙한 지상파에 남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30대의 시청률은 3분의 1로 줄었다.

시청률에 예민한 방송사는 이제 주시청층인 고령층에게 익숙한 내용과 형식에 의존한다. 그만큼 실험적이거나 도전적인 프로그램을 시도하기가 어렵다. 이는 다시 젊은이의 지상파 이탈을 가속한다. 소비 성향이 높은 계층을 선호하는 광고주도 이러한 성과가 매력적이지 않다. 지상파 공영방송에게 젊은 층의 이탈은 수신료 인상 등 존립과 관련한 중요 과제에 비우호 세력이 늘어나는 셈이 된다.

젊은이를 소외시키고 있는 것은 한국과 일본 공영방송의 공통 특징이다. 일본 <엔에이치케이>(NHK)가 2006년 4개국 시청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KBS)과 일본(NHK) 공영방송은 청년층의 선호는 매우 약하고 노년층의 선호는 매우 강한 극단적인 모습을 보였다. 영국 <비비시>(BBC)나 미국 <피비에스>(PBS)에 대한 선호가 전 연령에서 고르게 나타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사영방송과 뉴미디어가 젊은 소비 계층을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공영방송이라도 고연령층을 챙기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공영방송은 노년층이, 사영방송과 뉴미디어는 청년층이 향유하는 단절적인 매체 분화는 가뜩이나 걱정되는 세대 갈등을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 시대의 공영방송은 서로 다른 세대가 공동 시청과 공동 경험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소통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 계층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다른 계층도 함께 보는 것이 우선돼야 하겠다. 예를 들어 <유희열의 스케치북>등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밤늦은 시간이 아닌 프라임타임에 편성하여 고령층에게도 시청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10대와 60대가 함께 볼 수 있는 ‘통합형(?) 가요무대’도, 20대와 50대가 함께 볼 수 있는 ‘통합형 뮤직뱅크’와 ‘통합형 7080’도 생각해볼 만하다. 뻔한 플롯의 복제형 드라마가 아닌 <응답하라 1997>같은 세대 공감형 기획도 필요하며, 뉴스의 형식과 내용 모두 보수적 색채를 벗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 공영방송은 무엇보다 목표 연령층을 낮추고 새로운 형식과 가치를 좇아야 한다.

보수정권 하에서 공영방송은 정치적·문화적으로 더 보수화하고 노령화하였다. 앞선 세대와 달리 <한국방송>(KBS) 및 <문화방송>(MBC)과 친밀감을 쌓지 못한 지금의 젊은이들은 나이가 들어도 굳이 이들 ‘구매체’로 돌아올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한국 공영방송이 비비시같이 사회의 소통을 이끄는 ‘중심 미디어’가 아니라 엔에이치케이같이 고령층용 ‘특수방송’에 머무는 것이 걱정스럽다. 임기제 경영진은 고령 인구에 의존해 시청률을 지키는 것이 급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공영방송을 생각하면 이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사영방송의 만개 속에서 사회통합과 창의력을 선도하지 않는 공영방송이라면 어떠한 다른 명분과 실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미디어 전망대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