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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08 20:23 수정 : 2013.01.08 20:25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

미디어 전망대

구글 회장인 에릭 슈밋이 북한 땅을 밟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슈밋은 인터넷의 개방과 연결을 주창해온 대표적 인물이다. 구글은 자유로운 정보 유통을 두고 중국이나 아랍권 등과 갈등을 벌여왔다. 그런 그가 가장 폐쇄적인 인터넷 국가인 북한을 방문한다는 것은 전세계의 주목을 끌 만하다.

여러 국제 통계 보고서에 북한의 인터넷 이용자 수는 나오지 않는다. 북한은 국외와 접속이 차단된 광명성이라는 인터넷망을 운영중인데, 오래된 공중전화망에 기반해 있다. 북한에는 1개의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가 운영중인데, 북한 체신청과 대만의 록슬리 퍼시픽이 공동으로 만든 스타조인트벤처가 그것이다. 인터넷 접속은 위성을 통해 독일과 링크되거나 일부 정부 기구들이 제한적으로 중국의 차이나넷컴을 통해 국외망에 접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외에서 접속되는 최초의 북한 웹서버는 조선중앙통신사이다. 현재 국내에서 북한 웹사이트는 국가보안법상 불법이어서 접속이 어렵지만, 국외에서 접속 가능한 사이트는 30여개로 파악되고 있다.

상업용 웹사이트는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무역 회사인 천리마그룹이 중국의 벤처기업과 공동으로 2007년께 개설한 최초의 온라인 쇼핑몰인 천리마(cholima)가 있었으나 지금은 폐쇄됐다. 고려항공 정도가 잘 알려진 기업 홈페이지를 운영중이다. 외부 접속이 가능한 인터넷 카페는 평양 시내에 한 곳이 개설되어 있다고 한다.

최근 들어 북한은 소셜미디어 계정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2010년부터 국외 에이전시와 계약을 통해 공식 유튜브 채널과 페이스북, 트위터 계정을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체제 홍보물을 유통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페이스북 계정은 사실상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의 인터넷 정보는 매우 빈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슈밋의 공식적 방북 목적이 인도주의적 활동으로 알려져 있지만, 미국 언론들은 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듯하다. <블룸버그>는 슈밋이 구글의 사내 연구소인 구글아이디어의 소장 재러드 코언을 동행시킨 것에 주목했다. 코언은 콘돌리자 라이스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밑에서 관료를 지낸 인물로, <새너제이머큐리>는 그가 탈북자들을 초청해 콘퍼런스를 여는 등 북한이 환영할 인물이 아닌데도 북한이 그를 환영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고 평했다.

사실 북한과 구글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12명의 북한 대표단이 아시아재단의 후원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실리콘밸리의 구글 본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북한 대표단은 구글과 함께 뉴욕의 시티그룹과 블룸버그뉴스도 방문한 것으로 보도됐다. 미국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슈밋의 이번 방문을 김정은 체제의 출범 이후 북한 사회의 개방의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과 단순한 이벤트로 바라보는 회의적 시각이 병존해 있다.

슈밋의 방북 의도보다 중요한 점은 교류의 주도권을 우리 정부가 점점 잃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을 주제로 한 북한과의 교류가 새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교류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남북 간에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런 교류가 교착에 빠진 지 오래다.

인터넷 개방주의자 슈밋은 자신의 인터넷 철학과 충돌하는 국가를 인도주의적 목적을 표방하면서 방문했다. 모순된 행동처럼 보이지만, 그의 이런 행보가 웹2.0을 선도하는 구글의 성공을 낳았다고 볼 수 있다. 관계의 혁신은 사고의 개방을 통해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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