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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1.06 20:38 수정 : 2012.11.06 20:38

성한표 언론인

미디어 전망대

한국 언론의 대선 보도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쟁점을 흐려버리고, 싸잡아 비난하는 것’이다. 어떤 문제든 잘 들여다보면 후보 간 잘잘못을 가릴 수가 있고, 책임의 정도에 분명히 차이가 있는데도, 차이를 두지 않고 “똑같다”고 비판한다는 말이다. 이런 경우는 특히 보수 계열 신문들에서 더욱 심하게 드러난다. 지난 5일치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 ‘소통 외치는 세 후보, 일방통행 대선’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소통 부재’라는 수식어는 주로 박근혜 후보에게 따라다니던 올가미였는데, 다른 두 후보에게도 이를 씌운 것이다. <한국방송>(KBS)을 비롯한 지상파 방송의 후보 대담이 무산된 것은 후보 간의 신경전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많은 유권자가 후보들이 공방만 벌이고, 토론회에 나서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정치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각 방송이 기획한 토론이나 대담 프로가 ‘후보 간의 신경전’이나 ‘공방’ 때문이 아니라 박 후보 쪽의 거부로 무산되고 있는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후보들 사이에 합종연횡이 언제든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은 민주사회의 특징이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중 누군가는 사퇴할 가능성이 있지만, 사퇴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게다가 이들은 사퇴하기 전까지는 엄연히 박 후보와 함께 이번 대선을 끌고 가는 세 바퀴 중 하나다.

대선은 어느 한 팀이(비유하자면 박 후보가) 부전승으로 올라가고, 준결승전 승자(예컨대 문·안 후보 중 어느 한 사람)와 결승전을 치르는 축구경기와는 다르다. 그럼에도 문·안 두 후보가 단일화하기 전에는 함께 토론할 수 없다고 하는 박 후보의 주장은 토론을 회피하기 위한 억지에 가깝다. 그렇다면 언론은 당연히 박 후보가 왜 억지 논리를 펴면서까지 토론을 기피하는가에 분석의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도, 엉뚱하게 대담 무산의 책임을 다른 두 후보에게도 뒤집어씌운 것이다. ‘싸잡아 비판’의 전형적 사례다. 언론은 또 후보들의 정책이 모두 비슷하고 쟁점이 없다고 나무란다. 5일치 중앙일보 사설은 후보들이 황당한 공약을 많이 내고 있다는 주장을 펴면서 대표적 사례로 문·안 두 후보의 ‘원자력 발전 축소 공약’을 들었다. 원전을 근간으로 하는 기존 에너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것인데, 그것은 간단히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두 후보의 공약은 가동되고 있는 원전을 폐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 사설에서도 설명하고 있듯이 수명이 다하면 도태시키고, 추가 건설을 하지 않으며,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려간다는 내용이다. 원전 의존에서 벗어나자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고,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착수한 정책이다. 유독 한국만 원전만이 살길이라는 식으로 매달리고 있을 뿐이다. 언론은 ‘원전 축소’를 ‘황당한 공약’으로 내칠 것이 아니라 대선 쟁점의 하나로 부각시키는 것이 옳다.

이번 대선이 쟁점 없는 선거라는 언론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후보들이 특히 민생 문제와 관련하여 내놓은 정책에는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쟁점 없는 선거로 만드는 가장 큰 책임은 언론에 있다. 후보들의 정책을 면밀히 살피면서 쟁점을 가려내는 것이 바로 언론이 할 일이다.

성한표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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