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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7.31 21:00 수정 : 2012.07.31 21:00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미디어 전망대]

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런던으로 향해 있다. 선수들의 선전에 환호와 감동을 보내고 편파 판정에 분노하기도 한다. 열기를 부추기는 치어리더는 단연 언론이다. 방송은 밤샘 중계에 이어 뉴스 시간까지 올림픽 소식으로 채운다. 신문들도 올림픽 기사와 사진을 연일 크게 다룬다. 생계의 벼랑에서 시름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없다. 재벌의 탐욕과 편법도 잊힌다. 권력자의 비리와 부정을 고발하고 진실을 파헤치는 뉴스는 없다. 올림픽 열기는 끝없는 경쟁에 내몰리는 고달픈 현실의 시름을 달래준다.

대표선수들의 경쟁에 목을 매는 스포츠 국가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메달 개수를 중심으로 국가별 순위를 매기며 애국심을 부추긴다. 금메달을 딴 선수는 영웅이 되고 패배한 선수는 고개를 떨군다. 오로지 세계 최고에 올라야 하는 승리 지상주의다. 스포츠가 편협한 애국주의와 결합한다. 언론이 앞장서서 애국심을 부추기면서 금메달에 집착한다. 선수들이 인간적인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냈느냐 또는 얼마나 고귀한 땀을 흘렸느냐는 부차적 문제다. 승리하지 않으면 언론은 아예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과정보다는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물론 스포츠는 경쟁을 본질적 속성으로 한다. 더 좋은 기록을 남기려고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기도 한다. 서열을 매기는 것을 탓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서열에만 매달리는 언론은 천박하다.

한국 사회는 극심한 서열주의의 몸살을 앓고 있다. 뭐든 등수를 매기고 싶어한다. 서열에 대한 강박관념이 우리 의식을 지배한다. 아파트 평수로도 은근히 비교하며 서열을 매길 정도다. 특히 학벌은 넘기 힘든 벽이 됐다. 학벌주의를 해체하려는 다양한 대안들이 논의되지만 우리 마음속의 서열의식을 극복하지 못하면 다 공염불일 게다. 서열의식은 민주사회로 나아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서열의식에 젖은 사람은 자신보다 높은 사람 앞에서는 주눅이 들어 비굴하고 낮은 사람 앞에서는 으스대고 지배하려 든다. 서열주의에 사로잡혀 있으면 성숙한 사회로 나아 갈 수 없다.

언론이 서열주의를 부추기고 우리 마음속 깊숙이 뿌리내리게 한다. 경쟁과 승리 지상주의 이데올로기 전파자다. 차별의식의 조장자다. 가끔은 학벌주의의 폐해를 다루는 척하지만 평가라는 방식으로 대학을 줄 세운다. 대학의 다양한 특성이나 교육 방식은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내세우는 평가 방식과 기준이 있을 뿐이다. 방송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오디션 프로그램도 경쟁을 통해 승자를 만들어 간다. 승자에게는 온갖 영광과 화려한 조명이 주어진다. 이들이 획득한 지위와 자격에 승복하도록 하여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모든 것은 끝없이 순위로 매겨지고 그것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게 한다.

올림픽은 지구촌의 큰 잔치다. 더 평화롭고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축제여야 한다. 인간 승리의 스포츠 영웅이 만들어지는 것은 축제의 한 과정일 뿐이다. 경쟁과 서열은 쉽게 사람들을 열광시켜 언론사들이 광고 수입을 늘리는 데 조금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한 보도로는 권위 있고 신뢰받는 언론이 되기는 어렵다. 발행 부수가 많거나 시청률이 높다고 자랑만 할 일이 아니다. 올림픽으로 돈벌이 기회가 왔다고 설렐 일도 아니다. 순위와 경쟁에만 매달리지 말고 다른 나라와 문화, 그리고 선수들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축제의 마당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 선수들의 경기 결과나 메달에만 집착하지 말고 훨씬 다양하고 풍성한 지구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를 기대한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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