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7.24 20:52
수정 : 2012.07.24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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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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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망대
공교롭게도 <문화방송>(MBC) 기자·피디들이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 방송을 주장하는 장장 170일의 파업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한 바로 다음날,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금 우리 국민이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와 그에 대한 처방을 제시한 <안철수의 생각>을 세상에 내놓았다. 안 교수는 책 속에서 언론 파업의 원인과 처방에 관한 깊은 “생각”을 드러냈다.
안 교수는 “언론은 본질적으로 진실을 얘기하는 숭고한 기능을 갖고 있다. 진실을 억압하려는 외부의 시도가 있어서는 안 되고… (중략) 진실을 보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우리 모두의 중요한 과제다. 한쪽으로 편중한 왜곡보도를 하면 스스로 추락하는 것밖에 없다. (중략)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에 비해 언론자유도가 아주 낮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올해에도 세계 87위… (중략) 부분적 언론자유국 정도로 분류되고 있으니… (중략) 앞으로 공영방송은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사장 후보 추천 위원회를 구성해서 정권과 무관한 전문가를 사장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확고한 시스템… (중략)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 시스템을 흔들 수 없게 해야 할 것”이라는 언론 철학을 밝혔다.
그는 놀랍게도 “공공재로서 언론의 기능에 충실하기 위해 편집권의 독립이 꼭 필요하다”며 편집권 독립론을 제시했다. 우파 언론 사주들이 깜짝 놀랄 주장이다.
안 교수의 해법은 갓 출범한 프랑스 올랑드 정부의 언론 개혁안과 아주 흡사하다. 새 정부의 오렐리 필리페티 문화부 장관은 우파 정권이 개악한 대통령의 공영방송 사장 임명제를 폐지할 뿐 아니라 사장을 선출하는 9인 방송위원회의 대통령 추천 몫(3명)을 박탈해 권력이 개입할 여지를 없애고, 방송위를 여야 동수로 구성하겠다고 했다. 여당이 되면 “합법적으로” 공영방송 사장을 지명하는 관행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막 집권한 정권이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단이었다. 새 정권의 기피 인물이라 해서 정연주 <한국방송>(KBS) 사장을 임기 전에 축출하기 위해 갖은 불법 수단을 동원한 이명박 정권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 같다.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이 ‘낙하산 사장 방지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청와대나 새누리당 다수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총선이 끝난 지 두 달이 지나는데도 새 국회를 열지 못한다는 여론의 질타가 두려워 국회를 열기 위해 언론사 파업 문제를 개원과 함께 문방위에서 토의하자는 야당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언론청문회는 거부하고 문방위 수준에서 다루기로 하면서 토론의 격을 낮췄다. 임기가 끝나는 방문진 이사 공모에, 청와대 뜻대로 김재철 사장을 “낙하산 임명”해서 오늘의 사태를 야기한 장본인 6명 전원이 또 응모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파렴치한 행동이다. 개인 차원의 결정이 아니라 더 높은 곳의 뜻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 제1주자로서, 문화방송 주식 30%를 보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의 배후 실력자로서 박근혜 의원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영방송이 6개월째 마비 상태에 있는데도 못 본 체하는 행동은 민주국가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정치인의 태도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그의 라이벌이 될 걸로 내다보는 안철수 교수가 자신의 언론 철학과 문화방송 파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제 박근혜 의원이 그의 언론관을 밝힐 차례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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