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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7.03 20:24 수정 : 2012.07.03 20:24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미디어 전망대]

언론과 언론인은 부정과 비리를 파헤치는 비판자이자 감시자의 역할 때문에 힘깨나 쓰는 자들에게는 언제나 성가신 존재가 되기 십상이다. 어쩌면 이들이 지닌 숙명 같은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언론에 대한 비난과 원성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기업을 협박해 돈을 뜯는 사이비 언론이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보수 신문들이 앞장서서 이를 공론화하고 있다. 이들은 한발 더 나아가 인터넷이 사이비 언론이 기생하는 숙주 구실을 한다며 네이버 등 포털 업체로 화살을 돌린다. 한국광고주협회에 이어 한국언론진흥재단까지 거들고 나섰다.

하지만 사이비 언론에 대한 여론 몰이가 편치만은 않다. 보수 신문들이 이를 부각시키는 의도가 그리 순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일 포털 업체와 인터넷 매체를 공격하는 것은 매체시장에서의 지위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다. 종이 신문 시장에서 그들은 그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려 왔다. 그 지위는 신문 보도의 질과 수준 그리고 신뢰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 힘은 신문유통시장 장악에서 나왔다. 콘텐츠의 질과 내용은 아랑곳하지 않고 막강한 자금력을 내세워 불법 판촉 활동을 한 결과였다. 현금과 상품권을 비롯한 경품을 미끼로 내걸고 시장을 교란해 얻은 것이었다. 공정한 시장 경쟁은 없었다. 그런데 포털 때문에 유통망 장악에 따른 시장 지위를 누리기가 점점 어렵게 돼가고 있다. 여론 장악력도 예전 같지 않다. 포털에서는 매체들이 모두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떻게든 포털을 견제하고 싶었을 것이다. 겉으로는 사이비 언론의 폐해를 공론화하는 것으로 포장하지만 그 속에는 자신들이 이해가 숨어 있다. 중요한 현안들을 뒤로 제치고 자신들의 밥그릇이 걸려 있는 사안을 부각시키는 데 열을 올리는 언론이 바로 그들이 그토록 성토하는 가짜 언론이다. 더구나 내용이 편향적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 신문들의 이런 행태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여론의 반대를 아랑곳하지 않고 미디어법을 밀어붙일 때 어떻게 보도했는지가 생생하다. 방송 진출에 목을 매고 온갖 엉터리 자료와 궤변을 들이대며 여론을 오도했다. 미디어법 개정에 반대하는 야당이나 정치인들을 흠집내고 비난했다. 음해성 기사를 쓰면서 광고주를 협박하는 인터넷 사이비 언론과 한치도 다르지 않았다. 방송 진출 길을 터주기만 하면 글로벌 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할 것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막상 방송사업자로 선정되자 신생 매체라며 특혜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어 방송이 개국한 뒤 신문은 자사 종편 방송 프로그램의 낯 뜨거운 홍보 지면이 됐다.

인터넷 사이비 언론의 폐해가 문제이긴 하지만 기껏해야 기사를 앞세워 기업들한테서 몇푼 뜯을 뿐이다. 그런데 큰 신문사들의 사이비성 보도는 일부 기업을 넘어서 국민들에게 큰 피해를 준다. 이들이 신문을 앞세워 무리하게 방송시장에 진출한 뒤 광고 규제를 완화하고 특혜로 지원하는 돈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보수 신문들이 문제 삼는 인터넷 사이비 언론에만 눈을 돌릴 것이 아니라 진짜 사이비 언론이 누구인지를 가려내야 할 것이다. 이참에 좀더 진지하고 깊이 있게 사이비 언론 담론이 논의돼 우리 언론의 건강성을 조명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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