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4.17 20:39
수정 : 2012.04.17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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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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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전망대]‘국민일보’란 시험대 오른 조용기 목사
조 원로목사, 주일예배에서 국민일보 노동조합 비판
현 회장은 노조 도움 얻다가 위원장 해직해 사태 불러
“우리가 그동안 이런 자들을 먹이고 입혀줬다.” “조용기 목사 일가, <국민일보> 구성원을 가병처럼 썼다.” 100일 넘게 파업중인 국민일보 노동조합을 주일예배에서 비판한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의 말과 파업의 정당성을 주장한 국민일보 조상운 전 노조위원장의 말은 국민일보 파업사태에 대한 양쪽의 시각이 얼마나 다른가를 보여준다.
국민일보는 1988년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들의 헌금으로 설립되었고, 지금도 교인들이 독자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교인들에 대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조 원로목사의 노조 비판이 국민일보 사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주목되고 있다. 파업을 주도하는 노조가 파업과 순복음교회와는 아무 관련이 없으며, 화살 끝이 조 목사 일가를 겨누고 있음을 강조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국민일보는 사실상 “조용기 목사 일가의 신문처럼 기능해 왔다”는 조 전 위원장의 주장이 파업의 표적을 좀더 분명히 해준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1988년 12월 창간된 이후 85%가 넘는 기간 동안 조용기 목사 일가 친인척이 사장을 맡았고, 그 외의 기간에도 조 목사 일가의 측근이 사장직에 있었다. 종교면의 경우 조 목사가 좋아할 내용이면 크게 쓰고, 돈 있고 권력 지향적인 목회자에 지면을 할애한다.”
노조 쪽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조 목사 일가와 국민일보 구성원 사이의 갈등이 어제오늘 비롯된 것은 아닌 듯하다. 그럼에도 조 목사의 부인과 두 아들 사이의 국민일보 경영권 다툼이 시작된 2010년 8월까지는 갈등이 세상에 드러나지는 않았다. 조 목사의 둘째아들인 조민제 현 국민일보 회장은 사장 재직 시절인 2010년 8월 어머니 김성혜 한세대 총장 및 큰형 조희준씨와의 경영권 다툼에 노조의 도움을 얻었다. 그는 경영권을 지킨 뒤 다시 노조와의 갈등을 일으켰고, 노조위원장을 해직함으로써 지난해 12월 결국 기자들의 제작거부 사태를 몰고 온 것이다.
조 목사는 한국 기독교계에서 입지전적인 목회자다. 1958년 순복음신학교를 갓 졸업한 22살의 나이에 서울 대조동 천막교회에서 가족을 포함하여 5명의 신자를 앉혀놓고 첫 예배를 드린 뒤 신자 70만명이 넘는 세계 최대 단일교회로 성장시켰다. 그는 당시 순복음교회를 찾는 가난한 사람들이 세상에서 소외당하고 서러움이 많으며, 슬픔을 호소하고 목 놓아 울 수 있는 곳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교회에 나와 실컷 울고 위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울부짖는 기도가 지금은 ‘통성기도’라는 말로 개신교계에 널리 확산되고 있다.
조 목사는 성령운동을 벌여 이단시비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1991년 12월 순복음교회를 개신교 정식 교단으로 등록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보수교계의 지도자로 우뚝 섰고, 몇 년 전 순복음교회 당회장직을 물러나 원로목사로 추대됨으로써 목회자로서 자신의 일생을 모양 좋게 끝내는 듯했다. 하지만 2~3년 전부터 불거진 부인과 두 아들의 문제가 목회자인 그에게 치명적인 약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는 이로 인해 자신도 고발당했을 뿐만 아니라 아들들이 검찰의 수사를 받는, 목회자로서 매우 치욕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자신을 어떤 목회자로 기억되게 하느냐는 국민일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그의 결단이 어느 방향인가에 달려 있다.
성한표 언론인·전 <한겨레>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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