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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21 21:11 수정 : 2012.02.21 21:11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미디어 전망대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뜨리고 나오려면 안에서 스스로도 쪼아야 하지만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주어야 한다. 어미 닭은 품고 있는 알 속의 병아리가 부리로 쪼는 소리를 듣고 알을 쪼아 새끼가 알을 깨고 나오도록 돕는다. 안팎에서 함께 쪼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을 되찾기 위한 방송인들의 투쟁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문화방송>(MBC) 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지 한달 가까이 되고 <한국방송>(KBS)도 기자·피디들이 제작거부에 나선다.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아닌 편파방송 책임자 퇴진과 공정방송 실현이 이들의 요구다. 엠비시 노조가 마련한 ‘시민과 함께하는 콘서트’에서 시민들은 이들의 용기에 응원을 보냈다. 공영방송이 국민의 품으로 돌아올 날이 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방송인들의 투쟁과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다. 병아리의 힘만으로 알을 깨기에는 힘겹다.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가두고 있는 껍질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권의 앞잡이가 되어 공영방송을 장악한 경영진들과 이들에 빌붙거나 부화뇌동하여 한통속이 되어 있는 자들이 순순히 물러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공영방송의 저널리즘이 껍질을 깨고 나오게 하려면 내부 구성원만이 아니라 국민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알을 깨고 나온다 할지라도 건강한 저널리즘 정신이 꽃피울 환경은 녹록지 않다. 언론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생태계는 언론의 존재 방식과 내용을 결정한다. 언론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어떠한 관계를 맺으며 적응하고 경쟁하도록 할지에 대한 틀을 만든다. 방송사 내부의 독립을 위한 싸움과 함께 언론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한 싸움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법제와 정책이다. 방송장악으로 인한 공영방송의 불공정방송보다 더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언론자유의 기반을 훼손하는 것은 잘못된 법과 정책이다. 이 정권 들어와서 국민 반대를 무시하고 언론의 자유와 다양성을 훼손하는 언론관계법이 강행처리되었다. 불법 논란 속에 날치기로 밀어붙였다. 정권을 편드는 언론사에 방송의 길을 터주고 특혜를 주기 위해서였다. 미디어 생태계의 구조를 왜곡하고 건강한 여론 형성의 기반을 무너뜨렸다. 마땅히 민주적 여론 지형을 왜곡하는 잘못된 법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그 전에 먼저 할 일이 있다. 책임있는 자들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다. 언론의 자유를 무너뜨리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본을 흔드는 일이다. 민주주의를 부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들에게 국민의 이름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잘못에 대한 단죄에만 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더이상 언론 정책과 제도를 망가뜨릴 수 있는 자리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언론의 자유와 독립에 필요한 내용을 담아 법을 개정하는 것을 방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침 시민단체에서 ‘언론 5적’과 총선에서 낙선시켜야 할 대상자를 선정하여 발표했다. 그것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언론관계법을 개정하려고 하면 특혜를 받은 언론들이 저항할 가능성이 크다. 때로는 언론 보도를 앞세워 정치인들을 압박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들과 한편이 되어 있는 정치세력들도 어떻게든 막으려 할 것이다. 다음 국회에는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의 신념이 있고 이를 언론정책과 법에 반영할 수 있는 국민의 대표가 필요하다. 언론의 자유가 껍질을 깨고 나와 날개를 활짝 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결국은 국민이자 유권자의 몫이다.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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