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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사장제가 언론자유 ‘해고’ |
[미디어전망대]
요즘 방송계에 ‘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다. <문화방송>(MBC)은 기자와 피디가 주축이 된 노조가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7일로 아흐레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방송 장악에 저항하다 <와이티엔>(YTN)과 <문화방송>에서 해직된 기자들은 지난달 27일 동영상 ‘뉴스타파’ 방송을 ‘개국’했다. ‘뉴스타파’는 첫 방송에서 10·26 서울시장 선거 당일 투표소가 548곳이나 변경된 데 대한 선거관리위원회 쪽 해명의 문제점을 현장 취재를 통해 밝혀냈다. 투표소 변경에 박원순 후보 투표자를 줄일 목적이 있었으리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인터넷으로 ‘뉴스타파’ 첫 방송을 접촉한 횟수가 4일 만에 50만회를 기록했다. 투표소 변경과 관련해 선관위 의혹을 제기한 ‘나는 꼼수다’의 이야기가 근거 없는 ‘괴담’이 아니었다는 것을 취재로 드러내 주었다.
해직 기자 몇 사람이 찾아낸 이 중요한 이슈를 왜 수천명을 거느린 공영방송들은 캐내지 못했는가? 한마디로 사장들이 낙하산 인사들이었기 때문이다. 편파 보도의 뿌리는 낙하산 사장에 있다. 엠비시 노조가 방송 신뢰 추락의 원인을 김재철 사장에게 돌리고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최대 매출을 달성하고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 35% 시청률을 올렸는데 나가라는 게 웬 말이야고 따졌다고 한다. 이거야말로 김 사장이 엠비시를 하나의 영리기업으로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공영방송 사장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한국의 언론자유는 크게 위축했다. 지난 1월 말 프랑스 파리의 언론자유 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2011년 세계 언론자유 순위에서 한국은 2010년의 42위보다 두 자리가 낮은 44위로 밀렸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다음 자리다. 현 정권이 들어서기 직전의 39위보다 다섯 자리나 후퇴했다. 언론자유의 후퇴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뜻이다.
언론이 정치권력을 감시하는 제4권력이라면, 권력분립의 원칙으로 보아도 공영방송 사장을 대통령이 임명해서는 안 된다.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처럼 기업인 대통령이 사장을 임명하게 되면 공영방송을 상업방송으로 타락시켜버릴 것이고 프랑스의 사르코지처럼 정치인 대통령이 사장을 임명하게 되면 공영방송을 정치선전의 도구로 전락시킬 위헙이 크다. 사르코지는 방송을 마음대로 휘두를 욕심으로 방송위원회(CSA)에서 선출하던 공영방송 사장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도록 법을 바꿨다. 언론과 정치권, 심지어 여당 내에서까지 반발이 있었지만 밀어붙였다. 그러나 뒤늦게 임기를 6개월 남겨두고 지난해 12월 공영방송 사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고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선출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생각을 180도 바꿨다. 프랑스 언론인들의 저항이 컸기 때문이다. 현재 공영방송인 <프랑스2>의 사장은 레미 프레플랑으로 방송인이다. 중립적인 언론인이다. 그러나 프랑스 언론은 그를 뜨겁게 환영하지 않았다. 인물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영방송 사장은 언론의 독립을 지킬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1월22일 사회당의 대선 후보 올랑드가 공식 출마연설을 했다. 그는 60개 공약의 하나로 공영방송 사장의 대통령 임명제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언론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회의장에 모인 수천명의 청중이 일제히 일어서서 환호했다. 이제 우리도 언론자유를 위해 현 정권의 낙하산 사장 퇴진 투쟁을 벌이는 엠비시 기자와 노조를 행동으로 지원해야겠다. 언론은 곧 민주주의니까.
장행훈 언론인·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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