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1.24 21:22
수정 : 2012.01.2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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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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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망대
<문화방송>(MBC) 기자회가 보도본부장 및 보도국장의 퇴진과 보도부문의 전면적 인사쇄신을 요구하며 제작 거부에 들어간다고 한다. <한국방송>(KBS)의 양대 노조도 투표를 통해 보도본부장을 불신임한 데 이어 해임 건의를 할 계획이다. <부산일보> 구성원들은 언론의 독립성을 위해 사장 선임제도 개선을 요구하다가 편집국장과 노조위원장이 징계를 당했다.
곳곳에서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요구하는 언론인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사실 언론에 대한 불신은 정치권력이나 자본의 간섭과 통제 탓만은 아니다. 언론 내부에서 언론인들의 권한과 역할이 약해진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언론인들은 독립성의 침해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고 순치되어왔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자율성과 내적 자유는 움츠러들고 경영진과 사주의 권력은 강화되어왔다. 편집권 독립은 발행과 경영의 권리 앞에 초라해졌다. 외부의 압력과 요구에 맞설 내부의 힘이 줄어들었다. 경영진들은 정치적 압력과 시장의 논리를 막아 저널리즘적 가치를 지켜주기는커녕 앞장서서 이를 무너뜨리고 권력 및 자본과 유착해갔다. 기자들 사이에서조차 기자정신은 때때로 생존의 걸림돌로 여겨지기도 했다. 자사 이기주의 논리 앞에 힘없이 밀려나는 경우가 많았다. 경영진들은 기자정신을 번거롭고 성가신 가치로 치부했다. 언론계에 보신주의가 독버섯처럼 자라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풍토의 산물이다. 언론인들은 신뢰를 잃고 언론은 경영진들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휘둘려졌다.
돌이켜보면 한국 언론인들은 비판적 기자정신이 살아 있는 자랑스런 전통이 있었다. 해직과 투옥마저 두려워하지 않고 엄혹한 독재정권에 맞서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 1980년대 말에는 언론사들마다 편집권 독립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했다. 편집권 독립장치는 두 개의 바퀴로 굴러간다. 편집권을 구체적으로 행사하는 인적 체계에 대한 내적 자율성 확보가 한 바퀴이고 보도 내용과 방향에 대한 구성원들의 의견 반영이 다른 한 바퀴이다. 두 방송사와 부산일보의 편집권 독립 싸움은 보도책임자에 대한 인사 문제가 초점이다. 두 방송사는 노사간에 단체협약을 통해 공정방송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프로그램에 대해 평가하고 편성·제작·보도의 방향을 협의해왔다. 그러나 이 장치들이 정치권력과 사주의 전횡 앞에 큰 힘을 쓰지 못했다는 평가다.
공영방송은 법과 제도를 통해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보장하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정교해도 완벽한 제도는 없다. 허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교묘히 이용하여 정치권력은 방송의 경영진을 장악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그 경영진은 외부압력을 전달하는 통로이자 창구가 된다. 이를 차단하는 것이 편집권 독립이다. 외압에 맞설 수 있는 내부의 관행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만약 내부에서 정권의 방송장악을 저지하는 힘이 더 있었더라면 우리 방송이 지금처럼 참담한 지경에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부당한 해직이나 징계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언론정신을 지켜나가는 언론인들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모든 언론인들이 다 그러한 용기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언론인들의 가혹한 희생 없이도 내부적인 제도와 관행을 통해 언론의 자유와 독립이 보장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제도가 언론인들의 비판적 정신을 지켜주고 일깨워주는 목탁 구실을 할 것이다. 무너지고 있는 편집권 독립을 어떻게 다시 바로 세우고 실효성 있도록 만들어 갈 것인가가 더없이 중요하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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