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1.01 20:23
수정 : 2012.01.12 16:46
미디어 전망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야권 통합후보가 대승하면서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의 힘이 크게 부각되었다. 이와 함께 유권자들에 대한 신문과 텔레비전 방송의 영향력은 급격히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는 ‘대통령 메이커’라고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컸던 일부 신문도 이번 선거에서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판명이 났다.
텔레비전이나 종이 신문과 같은 전통매체의 영향력이 인터넷 신문, 방송에 밀리는 현상은 이미 촛불시위 때부터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결합한 소셜미디어의 폭발적인 위력은 최근의 선거에서 비로소 확인되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해 지방선거와 올해 재보선 과정의 트위터 이용자들을 분석해 트위터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이 8~12%라고 추정했다. 트위터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소셜미디어의 전파속도는 전통매체가 따라잡을 수 없다. 장 교수는 특정 사건이 8분 정도면 대다수 트위터들에 알려진다는 계산을 내놓고 있다.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호소력에서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전파를 쏘는 텔레비전은 특정 개인에게 전달되는 트위터와는 게임이 안 된다.
소셜미디어라는 새 매체가 전통매체를 대체하게 된다는 말인가? 결코 그렇지는 않다. 새 매체는 전달이 빠르고, 호소력이 강하지만, 한두 마디로 요약해야 하므로 깊은 내용을 담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통매체가 새 매체에게 밀려나지 않고, 보완적인 관계망을 탄탄히 만들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중요하다.
10·26 보선에서 박 후보에 대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쪽의 네거티브 전략이 잘 먹혀들지 않았던 것은 전통매체가 네거티브 전략을 무시했기 때문이 아니다. ‘조중동’이라 한 묶음으로 불리는 일부 신문들은 박 후보의 약점을 들춰내는 주장들을 열심히 보도했다. 그들은 모든 정보를 거의 전통매체에만 의존하는 60대 이후 세대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다만 트위터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함으로써 트위터에 친숙한 40대 이전 세대에게 접근할 수가 없었을 뿐이다.
한나라당도 이제 트위터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눈을 떴지만, 그 특징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트위터는 일방적인 주입식 의견전달 통로가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 트위터 이용자가 400만명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곧 자율적인 편집자가 400만명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전통매체의 뉴스가 트위터라는 통로를 통해 배포되면서, 수많은 편집자들에 의해 검증되고, 폐기되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없는 뉴스가 트위터의 편집과정에서 살아남기는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기만큼이나 어렵다는 말이다.
반면에 어떤 전통매체든지 콘텐츠가 좋으면 트위터 이용자 400만명(계속 더 늘어날 것이다)의 잠재적인 시청자, 잠재적인 독자를 갖게 된다. 특히 신문의 발행부수가 절대적인 시절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신문의 영향력은 종이 신문을 보는 독자의 수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소셜미디어의 망을 탈 수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뉴스를 만들면서도, 큰 독자군을 가진 보수신문들의 물량공세에 눌려 영향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일부 신문들한테 소셜미디어의 등장은 좋은 소식임에 틀림없다.
성한표 언론인·전 <한겨레>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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