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0.25 20:19
수정 : 2012.01.12 16:48
미디어 전망대
전국언론노조 지부장·본부장 등 대표들이 지난 17일부터 5일 간 광화문 한국언론회관 앞에서 종합편성채널(종편)의 광고 직거래를 반대하는 농성투쟁을 벌였다. 보수 신문을 대표하는 조선, 중앙, 동아, 매경 네 신문이 설립한 종편이 광고주와 직접 거래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언론노조의 결의를 널리 선포하는 시위였다. 언론노조뿐 아니라 종교방송, 지역방송, 중소신문들이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도 광고 직거래에서 파생하는 폐해를 예방해 줄 미디어렙 법 제정 없이 종편이 출범할 때 광고시장이 약육강식의 생존경쟁 터가 되리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법 제정에 열의가 없다. 광고 직거래가 유리한 조중동의 눈치를 보기 때문일 것이다.
광고는 언론의 생존에 필요한 양식이다. 그런데 최근 광고주협회와 케이블티브이협회가 공동조사한 광고시장 전망에 의하면 내년의 신문 광고매출이 2790억원이나 줄 것이라고 한다. 종편의 등장으로 방송뿐 아니라 신문의 광고수입도 많이 줄게 됐다. 언론의 양식 공급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언론의 위협은 곧 민주주의 위협이다. 종편을 네 개나 허가해 그 원인을 제공한 정부가 서둘러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손놓고 있는 사이 12월 개국을 앞둔 4개 종편은 지난 5일부터 광고주들을 초청해서 경쟁적으로 설명회를 갖고 자사의 장밋빛 전망을 선전하고 있다. 이들 종편은 광고 직접판매를 기정사실로 간주하고 행동하고 있다.
미디어렙 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종편이 출발할 때 방송광고 시장은 치열한 경쟁 때문에 온갖 변칙이 난무할 것이다. 중소 지역방송이나 종교방송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광고와 기사를 교환하는 방송도 있을 것이다.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언론의 타락이다. 큰 신문사가 운영하는 종편은 신문의 위력을 이용해서 기업에 광고 압력을 넣는 일도 있을 것이다. 지난 18일 <티브이조선> 설명회에 참석한 한 대기업 홍보임원은 “종편들이 신문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기사와 광고를 연계시키면서 광고와 협찬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으로서는 당혹스럽고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다매채를 거느린 종편은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자사의 신문이나 잡지를 끼워 판매하는 일도 있을 것이며 종편에서 나온 이익으로 경영이 어려운 자매매체를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휘하 미디어의 뉴스룸을 통합해서 전 매체가 한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여론의 다양성이 그만큼 주는 것이다. 종편을 소유하지 않은 신문으로서는 그만큼 경쟁에서 불리해진다. 이것은 근거 없는 상상이 아니다. 지난해 머독이 영국의 스카이방송을 인수하려고 했을 때 세계적 미디어 컨설턴트 회사인 엔더스 애널리시스가 머독의 스카이방송 인수시 일어날 수 있는 탈선의 예로 지적한 것들이다.
머독의 매체를 닮아가고 있는 조중동 종편에서도 상상할 수 있는 일들이다. 이것은 언론의 타락이며 장기적으로 민주주의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이 미디어렙 법 제정에 열의가 없는 것은 조중동의 이익에 어긋나는 일을 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내년 총선, 대선에서 종편까지 거느린 조중동의 지원으로 선거에 승리해서 계속 집권하고 싶은 것이다. 보수 권력과 언론의 유착이 이루어진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다.
장행훈 언론인·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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