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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0.04 20:25 수정 : 2012.01.12 16:51

미디어 전망대

신뢰 잃은 언론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언론에 대한 신뢰는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에서 나온다. 자신의 이해를 넘어서서 진실을 추구하려는 보도로 신뢰를 높인다. 신뢰의 위기는 재정위기를 불러오고 존립의 위기로까지 이어진다. <한국방송>(KBS)이 신뢰의 위기에 깊이 빠져 있다. 권력과 자본에 대한 비판과 감시는커녕 그들의 충실한 대변자로 전락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신료를 올리려고 언론의 영향력을 앞세워 국회를 압박하고 뉴스시간에 일방적 홍보보도를 하는 것을 보면서 저 모습이 공영방송인가 하는 질타가 이어진다.

한국방송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도청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뒤 명쾌한 해명도 없고 어떻게든 덮어버리려고 시간만 끌고 있다. 게다가 보도국 간부들이 현대자동차 그룹으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공영방송의 보도책임자가 대기업으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면 자본에 대한 비판의 날이 무뎌질 수 있다. 한국방송 새노조가 얼마 전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김인규 사장은 인사, 경영, 방송 등 모든 분야에서 매우 저조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한국방송은 곳곳에서 심각한 신뢰의 위기로 무너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의 흔적도 눈에 띄지 않는다. 김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버티기와 모르쇠로 시간을 끌고 있다. 내부의 비판적 목소리와 국민들의 요구에도 끄떡 않는다.

이러한 사태에는 이사회도 분명 책임이 크다. 방송법 제46조 1항에는 이사회가 방송공사의 최고 의결기관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사회를 두는 목적은 공사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규정했다. 이제 한국방송의 최고 의결기관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직접 나서야 한다. 비록 이전 이사회이기는 하지만 3년 전 8월 이사회가 법에도 없는 사장 해임 제청안까지 의결하여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던 것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당시 내부 구성원들의 반대를 물리적으로 저지하기 위해 경찰 병력까지 공영방송사 안으로 불러들였다. 그런 이사회가 이제는 수신료 인상에 들러리나 서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이사회이며 누구를 위한 이사회인지 묻고 싶다. 공영방송의 신뢰위기는 방송의 존재 이유와 정당성에 대한 가장 중요한 근본적 문제이다. 현재 한국방송 이사회는 김 사장의 임명을 제청한 책임도 있다. 아무리 둘러대도 대통령의 선거참모를 공영방송의 사장으로 불러들인 것은 이사회가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데 앞장섰다는 비판을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다. 지금이라도 공영방송을 바로세우기 위해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한다면 책임이 조금은 가벼워질 수도 있다. 그러지 않으면 공영방송을 정권에 갖다 바치고 국민의 방송을 정권의 방송으로 만든 인물들로만 기록될 것이다. 공영방송 이사는 그저 차고 앉아만 있을 자리가 아니다. 감시와 감독을 통하여 공영방송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엄중한 책임이 있는 자리다. 도청 의혹에 대해 이사회는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과 시청자에게 사과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진상을 규명하여 낱낱이 실체를 밝히지 않는다면 진정성 있는 사과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진상을 조사하여 책임을 물어서 신뢰회복의 길로 나아가기를 거듭 충고한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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