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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03 19:39 수정 : 2012.01.13 10:38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미디어 전망대]

<한국방송>이 2010년 약 435억원의 이익을 남겼으며 <문화방송>도 그 이상의 흑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비에스>도 올해 상당한 영업 이익을 냈다고 한다. 유익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내보내서 얻어진 성과가 아니라면 이를 마냥 반길 일은 아니다. 언론시장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진데다 조중동까지 새로 방송시장에 진입하면서 시장의 압박은 더욱 심해지고 지상파 방송의 위기라는 진단이 이곳저곳에서 들먹여진다. 하지만 진짜 방송의 위기는 시장에서의 위기가 아니라 시장의 위기를 빌미로 저널리즘을 약화시키려는 시도에서 비롯된다. 바로 방송의 본질적 위기다. 시장 경쟁의 논리가 공영방송의 영혼인 저널리즘을 갉아먹고 있다.

저널리즘이 죽은 방송은 이미 언론이 아니다. 아무리 많은 흑자를 내면서 호황을 누렸더라도 의미가 없다. 돌아보면 산업으로서 한국 방송사의 가장 화려한 봄날은 1980년대다. 광고하겠다는 광고주들이 줄을 섰고 방송사들은 경제성장의 과실을 한껏 즐겼다. 하지만 저널리즘적 관점에서는 암흑기이자 치욕기였다. 방송은 독재 정권의 나팔수에 지나지 않았다.

요즘 방송의 근원적 위기가 갈수록 깊어진다. 방송에서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 기능은 사라졌다. 비판적 시사보도 프로그램들은 폐지되었거나 변질되었다. 정권의 언론 통제는 1980년대보다는 더 정교하다. 상업성은 더욱 노골화되어 저널리즘은 거의 포기 상태에 이르렀다. 뉴스 시간은 흥미를 돋우기 위한 쇼로 전락하고 있고 말랑말랑한 뉴스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특히 주말 뉴스는 거의 예능 프로그램에 가까워졌다. 뉴스 아이템은 얼마나 사회적으로 중요한지가 아니라 대중적 관심을 모을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어가고 있다. 최근 한 방송사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캐기 위해 특파원까지 동원했고, 방송사마다 그들의 사생활을 주요하게 연일 경쟁적으로 보도한다. 스포츠 스타나 영국 왕실의 결혼 소식이 큰 비중으로 다루어진다. 양극화는 갈수록 깊어지고 서민들은 물가 폭등으로 하루하루 삶이 벼랑으로 몰리는데 방송뉴스에서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한 심층보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시사 보도만 그런 것이 아니다. 모든 프로그램은 적은 돈을 들이고도 시청률을 높일 수 있느냐에 따라 제작 여부가 결정된다. 시장에서의 경쟁 논리가 공영방송사의 운영을 지배하는 시대가 되었다. 방송의 상업화에 대한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내부에서 이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 그리고 문제 의식이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체념의 정서가 바이러스처럼 퍼졌다. 자본의 논리가 방송인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옥죄는 수단이 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뉴스를 비롯한 방송프로그램이 상품인 것은 맞다. 하지만 적어도 공공성을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지상파 방송에서는 온전히 상품으로만 여겨서는 안 되는 것은 당연하다.

시대의 파수꾼으로서 방송인의 책임과 역할을 되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방송인은 누구여야 하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방송의 본질적 위기는 바로 방송인들의 정체성의 위기다. 20여년 전 방송인들은 방송을 바로 세우기 위해 용기 있게 나섰다. 지금은 권력과 자본이라는 양날이 방송의 공공성을 무너뜨리고 있는데도 경쟁의 논리에 내몰려 숨이 막혀서인지 공영방송을 지키려는 목소리가 그 당시만큼 절실하게 들리지 않는다. 권력에 대한 저항을 넘어서서 방송의 상업화로 죽어가는 저널리즘을 살리려는 방송인들의 각성과 노력을 기대한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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