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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4.26 19:45 수정 : 2012.01.13 10:38

성한표 언론인·전 <한겨레> 논설주간

[미디어 전망대]

책임 있는 언론이 절대로 놓치지 않아야 할 두 가지 원칙은 균형과 분별이다. 하지만 현실의 언론은 이 원칙을 수시로 무너뜨린다. 엄기영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 쪽의 불법 선거운동과 음악인 서태지의 사생활 보도가 전형적인 사례다.

결혼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던 서태지가 어느새 이혼까지 했다는 소식은 대중의 관심을 자극할 만하다. 더욱이 그가 탤런트인 전처와 거액의 위자료 소송을 놓고 다투고 있다니, 흥미를 끌 만한 요소는 다 갖춘 셈이다. 연예계 소식을 다루는 기자들로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기삿거리일 수밖에 없다.

서태지와 이지아가 사생활을 철저히 비밀에 부친 것이 옳은가 그른가, 대중의 우상이라고 해서 사생활을 다 까발리라고 요구해도 좋은가 아닌가는 논쟁거리다. 어쨌든 기자들이 이들의 사생활을 들춰내기 위해 뛰어다니는 것을 말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신문과 방송 뉴스의 편집 책임자들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독자와 시청자에게 무슨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은 그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온 사회가 서태지와 이지아의 이야기로 들뜬 것은 지난 며칠 보도 초점이 이들에게 맞춰졌기 때문이다. 방송의 경우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에스비에스>(SBS) ‘8시 뉴스’는 지난 23일 코레일 전동차 탈선에 이어 두 번째 주요 뉴스로,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는 24일 재보선 뉴스에 이어 두 번째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하지만 지난 한 주일, 서태지와 이지아의 사생활 이야기와는 달리,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주요 뉴스들이 많이 있었다. 다만 언론이 아예 묵살했거나 부각시키지 않았을 뿐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고리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문제가 새롭게 제기되었고, 엄기영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 쪽이 강릉의 한 펜션에서 전화홍보원을 동원해 은밀하게 엄 후보 지지를 호소한 불법 선거운동 혐의가 적발되었다.

대통령이 관련되었다는 의혹을 받았던 경제범죄사기 비비케이(BBK) 사건과 관련하여, 검찰한테 불리한, 서울고법의 판결이 나왔다. 비비케이 수사팀 검사들이 “2007년 당시 수사팀이 김경준씨를 회유한 의혹이 있다는 주간지의 보도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시사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 사건들과 서태지 이야기 중 어디에 더 큰 보도의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사회적인 파장이 큰 주요 사건을 비중 있게 보도하는 것이 바로 균형이다.

언론의 원칙으로 균형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분별이다. 분별은 복잡한 상황에서 누구의 책임이 더 큰가를 가려내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보도에서 분별력 없는 보도가 난무하고 있다.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엄 후보 쪽이 불법 선거운동을 한 것은 사실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언론은 혼탁이라는 단어로 여야를 싸잡아 비난하면서 불법 선거운동을 묻어버렸다.

권력은 자신에게 불리한 사건이 터지면, 흥미를 끌 만한 다른 사건을 터뜨려 대중의 주의를 산만하게 만들거나, 상황을 복잡하게 헝클어 대중들이 가닥을 잡기 어렵게 만든다. 언론은 이러한 권력의 계획을 헛수고로 만들 만한 균형감과 분별력을 발휘해야 한다. 저널리즘이 아닌, ‘너절리즘’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는 진정한 언론이라면 말이다.

성한표 언론인·전 <한겨레>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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