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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9.07 22:18 수정 : 2012.01.13 10:43

<한국방송>(KBS) 이사회가 ‘한국방송 공정성·독립성 확보 방안 연구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한다.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대한 논의가 비록 내부에서라도 시작되었다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연구회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 정권 들어와서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훼손된 근본원인은 제도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방안이 아니라 의지가 문제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참으로 의지가 있다면 국민들의 절대적 신뢰를 받던 당시로의 원상회복이 우선이다. 불과 2년 남짓 지났을 뿐이다. 당시의 한국방송이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한 최상의 방송체제였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또 그동안 정치지형과 방송환경이 그때와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당시 한국방송은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공영방송이었던 것은 틀림없다. 국민적 신뢰가 추락하여 권력의 방송이라는 평가를 듣는 지금과는 너무 다르다. 연구를 통해 한꺼번에 완벽한 공정방송을 실현하겠다고 한들 될 리가 없다. 일단 3년 전 정도의 공정성과 독립성이라도 회복하여 한국방송이 공정하게 방송하려는 의지가 있음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난 다음에 좀더 공정하고 권력에서 독립된 방송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연구위원회의 활동기간은 겨우 3주이다. 이사회의 수신료 인상 논의 일정에 쫓긴 탓일 게다. 짧은 기간에 깊이 있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소수의 연구위원들이 과연 제대로 해낼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걱정스럽다. 몇번의 내부적인 논의가 이루어지다가 제대로 된 방안을 만들지 못한 채 그냥 보고서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그 보고서는 결국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명분 만들기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한 진정성이 있다면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공개적인 사회적 논의를 하여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공개적인 토론과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인 공론화를 통해 한국방송의 공정성을 평가하고 독립성을 확보할 것인가에 대해 방송의 주인인 국민들이 논의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방송이 이 연구회를 통해 공정성 확보에 대한 방안만 논의하고 이를 통과의례로 삼아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려 한다면 더 큰 국민적 저항과 비판만 불러일으킬 것이다. 한국방송의 신뢰를 논의하려면 이사회와 한국방송 경영진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진정성을 의심받게 되면 어떠한 논의와 연구도 다 쓸모없어질 것이다. 방송 공정성의 핵심은 권력과 자본에 대한 비판과 감시에 있다. 당장 비판적 프로그램을 어떻게 다시 살릴 것인지, 그리고 자율성을 확대할지에 대해 한국방송은 분명히 밝혀야 한다. 방송의 독립과 공영성을 지키려고 하던 사람들을 제작 일선에서 다 쫓아내고 보복인사를 해놓은 상태에서 무슨 공정성이 실현될 것이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조직구성과 인사 그리고 제작과 편성이 경영진의 통제에서 좀더 자유롭게 하고 내적 자율성과 독립성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먼저 내놓아야 할 것이다. 사실 공정성 문제는 수신료를 올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고 이에 따라 공적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수신료 문제가 논의되는 것이 순서다.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피해나가기 위한 연구가 아니라 공정성을 어떻게 하면 되찾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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