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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0 19:30 수정 : 2006.01.17 03:59

지난해 10월 군검찰관 재직 때 군인사 비리를 파헤쳤던 법무법인 청맥 소속 남성원(왼쪽)·최강욱 변호사.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③ 군 인사비리 수사 주인공 남성원·최강욱 변호사


“군은 ‘생각의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우리는 나라를 지키는 이들이고, 특수하다’라는. 그래서 자신들이 헌법의 통제를 받는 국가기관의 하나라는 것을 잊고 있습니다.”

그토록 단단한 생각의 감옥에 도전한 두 명의 군검찰관이 있었다. 남성원(41), 최강욱(38) 변호사.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군 인사 때 벌어진 비리를 파헤쳐 올 상반기를 떠들썩하게 했던 ‘군 인사 비리 수사’의 주인공이다.

당시 군검찰관이었던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군 인사에서 승진 대상자 17명에 대한 자료가 불리하게 조작됐고, 이 때문에 이들의 경쟁자였던 다른 승진 대상자 52명이 장성으로 승진했다는 의혹을 잡고 수사에 들어갔다. 다른 인사 때보다 유난히 잡음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의혹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수뇌부들 제동에 곤용
아쉬운 수준서 마무리
우여곡절 끝 만기전역

두 사람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했던 육군본부를 압수수색하고, 장군들을 줄줄이 소환했다. “군은 ‘시스템’으로 인사를 하니까 비리가 없다고 했는데, 인사검증위원회 문서와 일지들을 조작해 시나리오 다 짜놓고 인사를 하는 셈이었습니다.” 당시 한 실무자는 “요새는 이것저것 맞춰주어야 하니까 대놓고 부정을 저지를 때보다 더 피곤하다”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두 변호사는 쓴웃음을 지었다.

수사는 곧 어려움에 부닥쳤다. 불길이 위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는 수뇌부들 때문에, 윗선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번번이 제동이 걸렸다는 것이다. “장관은 대놓고 ‘중령 하나만 불구속 기소하고 끝내자’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피의자였던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은 수사 상황을 법무참모에게 보고받아가며 장관에게 따지기까지 했다고 하더군요.”

엄청난 파장과 관심에도 결국 수사는 아쉬운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문서 조작이 밝혀졌지만, 9월 1심 공판에서 실무 장교 4명이 직권남용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게 전부였다. 의혹의 한가운데 서 있던 남재준 당시 참모총장은 한차례 소환 조사도 없이 4월 전역했다.

이들이 인사 비리에 매달렸던 것은 인사가 군대의 핵심이라고 믿기 때문이었다. “평시에 군인이 자신의 업적을 평가받는 유일한 길이 인사인데, 그 인사가 썩으면 군대 전체가 썩은 겁니다. 인사가 엉터리면 우선 당사자들부터 인사를 못 받아들입니다. 오죽하면 ‘전쟁 나면 상관부터 쏴 죽이겠다’는 말을 하겠습니까? 이래서는 강군이 될 수 없지요.”

이후 숱한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5월 나란히 10년 만기 전역했다. 제대 뒤에도 두 사람은 서초동의 한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군 문제를 ‘현재진행형’으로 다루고 있다. “바깥에 나오니 사람들이 군을 너무 모른다는 걸 새삼 알게 됐습니다. 여기저기서 도움 요청도 많고요.”

두 사람은 평화재향군인회 창립에 참여했고, 군 제대 직후 숨진 노충국씨 사건의 고문 변호사로도 활동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군사법학회’도 만들었다.

“과거의 군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앞선 조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뒤처진 조직입니다. 군대가 이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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