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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18 19:54 수정 : 2006.01.17 03:58

“이 땅의 모든 삼순이에게 희망 줬죠” ‘삼순이 신드롬’ 일으킨 작가 김도우

② ‘삼순이 신드롬‘ 일으킨 작가 김도우


“김삼순도, 2005년도 기억하고 싶지 않습니다.”

올해를 ‘김삼순의 해’로 만든 작가, 모든 ‘김삼순’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쓴 김도우(37)씨는 스스로 만들어낸 ‘김삼순’을 잊으려고 애쓰고 있다. 다음 작품을 쓰기 위해서다.

“차기작요? 지금 구상중인데, 아직 나오는 게 없어요. 괴로워요.” 무언가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야 하는 작가의 고통이 지금 그에겐 성공의 달콤함보다 더 가까이 있다.

솔직·당당함이 성공비결
‘인생 최고의 해’ 뒤로하고
후속작 쥐어짜고 있어요”

하지만 올해 <…김삼순>의 성공은 정말 여전히 김씨 자신도 믿기 어려울 정도다. 처음 데뷔했던 드라마 <눈사람>으로 적지 않은 인기를 누리긴 했어도 ‘대중적 작가’는 아니었던 그는 <…김삼순>으로 ‘대폭발’을 일으켰다. “삼순이 인형이 불티나게 팔린다고 해서, 저도 인터넷으로 주문해 1만9000원에 사보았어요. 그때 정말 드라마가 인기가 있구나 실감했죠.” 김씨는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웃었다.

김씨는 드라마의 인기에도 일체 언론과 직접 만난 적이 없었고, 인터뷰는 <한겨레>가 처음이란다. “‘김삼순’ 이후요? 방송국에 가면 ‘아, 김도우 작가’라고 알아봐 주는 것 정도? 그외엔 별로 달라진 것 없어요. 제가 연예인은 아니잖아요?” 조곤조곤 사려깊게 대답하면서도 할 말은 분명하고 솔직하게, 그러면서도 때로는 역공을 펼치는 모습이 영락없는 ‘김삼순’이었다. 늘씬하고 화려한 외모는 아니지만 귀여운 30대 중반의 보통 여성. 아직 미혼에 남자친구는 현재 없음. 결혼? 해야 할지 결론 안 냄. 이 정도가 그가 살짝 드러낸 자신의 신상이었다.

“삼순이는요, 특별하지 않아요. 평범한 사람들이 다 삼순이죠. 저도 평범하고요. 평범한 사람 속에 삼순이도 있고 희진이도 있는 거예요.”


아직도 여운이 남아 있는 마지막 장면에 대해 물었다. “삼식이와 삼순이는 결혼을 했을까요?” 대답은 질문 그대로였다. “결국 결혼을 했을까요? 현실에서는 두 사람 결혼하기 힘들잖아요.” 김씨는 스스로 <…김삼순>의 성공 비결이 ‘현실성’이라고 꼽았다. 그래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동화 같은 마무리나 ‘사랑하기에 보낸다’는 애정극 특유의 ‘내숭’도 피했다고 설명했다.

환상 대신 현실을 택한 그가 들고나온 것은 실감나는 대사들이었다. “너무 오래 굶주렸어”, “쟤 완전 미지왕이네, 미지왕이야”(미지왕: ‘미친놈, 지가 왕자인 줄 알아’의 준말) 등은 20대 후반~30대 초반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내뱉었을 만한 것들이었다. 다만 처음으로 방송에서도 그런 말이 나왔던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야하다’고 했다는데, 좀 솔직해지죠. 친구끼리 이 정도 성적 농담은 기본이잖아요?” 김씨는 “나도 삼순이, 기자님도 삼순이”라며 웃었다.

드라마 덕에 팬카페도 생기고, 난생처음 집으로 꽃배달도 받아 봤다는 김씨에게 가장 기뻤던 시청 소감은 ‘내게 삶의 희망을 줬다’는 평범한 30대 초반 여성의 글이었단다. “‘희진이 왜 그렇게 착하게 나오느냐’, ‘왜 삼순이보다 라이벌인 희진이에 초점을 맞추느냐’는 등 비난도 너무 많이 받았어요. 우리나라 드라마가 너무 뻔하다는 비판이 많은데, 시청자들 역시 관습적 시청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또다시 매서운 역공을 폈다.

올해가 ‘김도우 인생 최고의 해’임은 분명하지만, 김씨는 오히려 허탈하고 쓸쓸하다고 말했다. “이름은 없었지만, 나름대로 만족했던 지난 10년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지금을 견주면 낡지만 오래 썼던 정든 가방을 버리고 새 가방을 사서 적응하는 기분”이라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요즘 극중 삼순이처럼 꼬마들과 섞여 동네 피아노 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운다고 한다. 정말 배우고 싶었는데 그동안 기회도 용기도 없어서 못 다녔던 것이란다. 그러다가 자기도 삼순이에게 ‘용기’와 ‘적극성’을 배워 결심했다고 한다.

글 유선희, 사진 탁기형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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