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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6.24 19:53 수정 : 2012.07.12 16:02

지난 13일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홀로 사는 사진작가 김이나씨는 강아지 두마리를 반려동물로 키우며 생활하고 있다. 김씨는 “죽을 때까지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4가구 중 1곳꼴…2인 가구 추월해
여전히 따가운 주변 시선 부담감
외로움 달래려 반려동물 키우기도

 40대 회사원인 이무기(가명·46)씨는 더이상 소수파가 아니다. 홀로된 어머니와 떨어져 결혼하지 않은 채 13년째 홀로 살아온 그의 삶의 방식은 오히려 올해 주류로 올라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씨와 같은 1인가구는 네 가구중 한 가구 꼴이다. 2인가구를 올해 처음 제치고 대한민국에서 대세의 삶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이씨는 가끔 외롭거나 고독할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결혼생활에 대해 매력적으로 느끼지 못한다. 가족 부양의 의무감에서 벗어나 ‘나만의 공간과 시간’을 즐긴다. 새벽 두시에 일어나 홀로 좋아하는 영화을 보거나 음악을 들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 달콤함에 중독돼 있다.

20대 후반과 30대 후반 결혼할 기회가 두차례 있었으나 그때마다 다니던 회사가 망했던 것도 독신의 삶이 지속된 이유이다.

 그러나 경제적 조건 때문만이 아니다. 30대 후반 결혼이야기가 나왔을 때 상대 여성은 “오빠 안에 들어갈 틈이 없다”고 말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고독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몇년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사는 어머니가 제 아파트 옆동에 사시는데 불안한 것은 수입없이 어머니를 부양하는 거예요. 55~57살 정도면 회사를 그만둘 것 같은데 어머니 건강상태에 미뤄 20년간은 수입없이 부양하는 상황이 올 듯합니다. 제 국민연금에다 개인연금을 보태면 혼자서는 버틸 수 있을 듯하지만 어머니 병원비 등을 감안하면….”

 이씨의 막내 동생(41)도 올해 8년째 사귀는 여성이 있지만 여전히 혼자 산다.

3년 전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한 것도 불안감 때문이다. 회사 건강검진에서 중성지방, 혈압, 과체중 등을 지적받은 이씨는 칼로리까지 계산하며 먹거리에 신경쓰고 꾸준히 운동한 결과 체중을 84㎏에서 62㎏이나 감량했다.

 “정년까지 건강하게 회사 다니고, 병원비용 지불하지 않기 위해 신경쓰는 거죠. 나 아프고 엄마 아프면 완전히 병살타 인생이 되잖아요. 미중년 옷맵시 이런 것과는 다른 거죠.” 살고 있는 아파트의 안쪽 문을 걸어두지 않는 것도 돌연 쓰러졌을 때 밖에서 쉽게 따고 들어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50살이 넘으면 유사시에 대비해 휴대폰에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입력해다닐 생각도 하고 있다. 혼자 사는 삶에 지칠 때면 그는 1년에 한번쯤은 수고한 자신을 위해 타이로 여행을 떠난다. 연주 잘하는 클럽에 가기도 하고, 호텔 바에서 시가를 물고 호사를 누리기도 한다. 그러나 돌아올 때 마음 한켠에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허전함과 쓸쓸함은 어쩔 수 없다. 그는 “빈속에 콜라마신 기분”이라고 말했다.  혼자사는 남자를 바라보는 타인의 야릇한 시선도 부담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독신남성의 삶을 극단화하거나 희화화하는 경우가 많은 것같아요. 남자를 좋아한다거나 바람둥이라는 시각이 있어서 어느 자리에서 그냥 기러기아빠라는 소개하는 경우도 있죠.”

 그래도 그는 혼자 사는 삶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결혼이란 내가 제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인데 그렇게 안되더라구요. 음악듣고, 영화보는 것을 내 존재가치로 생각해왔는데 아이와 부인에게 그것을 찾는 게 자신이 없어요.”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씨와 달리 30대 초반인 김하윤(가명·32)씨의 독신생활은 치열한 생존의 현장이다. 고교 1년 때 등교 문제와 어머니와의 불화 때문에 혼자 사는 삶을 선택한 이후 17년째 1인가구자인 김씨는 사채를 끌어다 쓴 아버지가 별세한 뒤 남긴 빚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됐다. 26살 때 출판사에 취직한 이래 쭉 책 편집자 일만을 해온 그는 6년만에 수천만원에 이르는 부모의 빚과 학자금 융자도 다 갚았다. 그렇지만 그의 경제적 조건은 여전히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지금 사는 집은 월세가 60만원으로 월급의 1/3이 월세로 나가요. 월세내가 이것저것 떼가 30~40만원만 저한테 떨어져도 친구들과 재밌게 살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어요. 부모님 빚이 차라리 내가 갚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돈이었으면 낫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부모님들은 왜 몇백에 숨이 헐떡일였는지….”

 한국개발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가구유형변화에 대한 대응방안’을 보면 30대 1인가구의 상대빈곤율(중가 가구 수입의 절반이하)은 2006년 12.2%에서 2010년에는 16.4%로 크게 뛰어올랐다.

 이런 가난한 삶속에서 김씨는 “현실이 비현실적이고, 드라마에 나오는 것이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사회가 다 돈을 달라는 구조인 것 같다. 숨쉬는 것 조차 돈인 것같다”고 말한다. 혼자 오래 살다보니 마음둘 데가 없어 불쑥 “삶을 놓아버리고 싶다”는 유혹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가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 택한 방법은 욕망을 줄이고 근거없는 희망을 품지 않는 것이다.

 “대학다닐 때나 직장을 구할 때나 돈을 얼마 버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우선이었다. 남들 하는대로 따라 했으면 전 죽었을지도 몰라요.”

 결혼에 대한 로망이 없는 그의 결혼관은 30대 여성 5명중 1명이 미혼인 한국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는 “결혼을 안하겠다는 생각도 없고, 하겠다는 생각도 없다”면서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훈련이 안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현실적인 외로움을 어쩔 수 없다. 2010년 3월부터 반려동물로 키우기 시작한 고양이 두 마리가 이제 자식 같다. 자신은 유기농 식품을 못먹지만 고양이에게는 유기농 사료만을 고집해 식비로 월 15만원이 나간다. 키우기 전에 고양이에 관한 책을 여러권 보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친구들을 버리지 않겠다”고 마음의 준비를 많이 했다.

 “고양이를 키워보니 재롱을 또는 모습 등 일상적인 기쁨이 크죠. 내가 없으면 이 애들은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의존하지 않으려 되게 노력하는데 이 친구들이 부재할 때 상실감이 두렵기도 합니다. ”

 최근 한국에서 불고 있는 반려동물 키우기 열풍은 1인가구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열풍의 주역은 역시 30대 독신여성이다.

 4년 전 부모님에게서 독립한 사진작가인 김이나(34)씨도 지난 3년간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독립한 즈음 10년 사귀었던 남자친구와도 헤어졌다.

 “반려동물은 혼자 있을 때의 적막함을 채워주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동물을 원래 워낙 좋아해 죽을 때까지 같이 있고 싶어요.”

 김씨는 앞으로 결혼할 상대에 대해서도 “할수만 있다면 같이 동물을 좋아해주는 사람이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 취재를 위해 지난 13일 방문한 그의 아파트 주방 한구석에 빈 와인병에는 혼자 사는 삶의 자유로움과 고단함을 엿볼 수 있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6.10. 3AM. 지긋...잠 못드는 밤”

혼자사는 삶이 미혼이나 사별·이혼의 결과에 의한 것만이 아니다. 한국에서만 있는 기러기 아빠는 이 땅의 교육현실이 낳은 또다른 1인가구의 삶이다.

 40대 중반의 회사원 김훈범(가명·46)씨는 지난해 4월 고1아들과 초등학교 5학년 딸의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유학 길에 부인을 딸려보낸 뒤 예정에 없던 ‘독거중년’의 삶을 살고 있다. 가사 살림에서 부인의 의존도가 컸던 그는 지난 1년 남짓 동안 집에서 밥을 해먹은 적이 없다. 가스불을 킨 적은 친구가 찾아와 소주 한잔 하느라 오징어 구워먹을 때 딱 한번 뿐이었다. 대신 술이 많이 늘어서 체중이 4㎏이나 늘었다.

 “처음 집에 들어갈 때는 깜깜한 집안에 맨 정신으로 못들어 가겠더라구요. 그래서 매일 술을 마시고 들어갔죠.” 이화여대 간호학과 차은정씨가 올 2월 발표한 박사학위논문 ‘기러기 아빠의 건강과 관련 삶의 질 예측모형 구축’에서 홀로 사는 기러기아빠 151명(33~59살)을 환경적 특성과 신체적 , 정신적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76.8%가 영양불량 상태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래도 김씨는 기러기아빠 생활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영위하고 있다. 야구를 좋아하는 김씨는 주말에 하는 사회인 야구활동을 1개팀 더 늘렸다. 회사팀에다가 올 들어 고교동창팀 활동을 추가하면서 남아도는 에너지를 소비한다.

 “부부관계도 이전에 비해 좋아진 것같아요. 한국 있을 땐 둘다 욱하는 성격 때문에 자주 말다툼을 했는데 이제는 예민한 것이 있어도 서로 거르게 되더라구요. 가끔씩 만나니까 반갑고 애뜻하고 상대에 대한 연민과 안스러움도 생기는 것같습니다.”

 취재중에 만난 20대의 나홀로 삶은 윗세대의 1인가구에 비해 경제적으로 불안정하지만 덜 관습적이었다. 2009년 서울대를 졸업한 김선아(27)씨는 “돈버는 데 열중하면 내 생활이 없다”는 생각에서 졸업뒤 취업을 하지 않은채 친구들과 연극을 만들거나 공연단체에서 기획을 한 뒤 현재는 중학생 학원에서 알바를 하며 새로운 삶을 모색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한다고 해서, 가족과 같이 산다고 해서 고독이나 불안이 해소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혼자 사는 것을 삶의 조건으로 가져가야 할 것 같아요. 그것이 잘 통제될 때도 있고 잘 안될 때도 있지만”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그는 22살, 24살 때 각각 1년간 남자친구와 동거생활도 경험했다. 동거에 대한 조심스런 질문이 무색하게 당당하고 씩씩한 답이 돌아왔다.

“둘이 살게 되니까 주방도 같이 쓰고, 가사노동도 분담할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부모님들이 처음에는 당황해했지만 곧 저를 이해해주었어요. 남자친구와 같이 살아보니까 실제 모습이 더 잘 보여 이점이 많았어요. 대학촌인 신림동에 살다보니까 장을 같이 보러다니는 동거커플이 많은 것같더라구요.”

 이런 생각은 20대들의 결혼제도에 대한 의식의 변화를 엿보이게 한다. 2010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5~24세 청소년 53.3%가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대답했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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