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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5.15 18:50 수정 : 2012.05.15 18:50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빈곤층도 50살이상 세대와 달리
20~40대는 민주·진보 성향 띄어
하지만 여전히 낮은 투표율
남루한 삶에 희망이 필요하다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평등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체제가 민주주의다. 민주주의 아래서는 경제적 약자들도 선거를 통해 자신을 대변하는 정당을 선택하고, 그 정당을 통해 자신들의 경제적 불리함을 상쇄하는 방향으로 제도와 정책을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가난한 이들은 투표권 행사를 포기하거나 투표하더라도 보수정당을 선택하고 있다. 그 결과 점점 정치에서 배제되고 있다.

가난한 이들의 낮은 투표율과 보수적 선택이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정치적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 빈곤층의 보수화 현상은 다른 나라와 결을 달리하는 부분이 있다. 빈곤층의 상당수가 노인이다. 이들은 한국전쟁과 급격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냉전 반공 이데올로기와 성장주의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민주화 이후 반공 이데올로기는 약해졌지만 성장주의는 오히려 강화됐다. 그 결과 가난한 이들과 보수 정당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한겨레>·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의 정치의식 조사는 그 실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다만 같은 조사에서 그 변화의 가능성도 엿보인다. 빈곤층이라 해도 50살 이상 노인 세대와 달리 20~40대는 민주·진보계열 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적 하층에 속하는 20~49살 유권자의 87.1%가 19대 총선에서 야권연대(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를 지지했다. 새누리당 지지도는 12.8%에 그쳤다.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도 노무현 44.3%, 박정희 22.9%, 김대중 18.6% 차례였다.

이들 젊은 빈곤층은 냉전 반공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고, 신자유주의와 양극화 흐름 속에서 삶의 기회가 박탈당하고 있다는 절박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민주·진보 성향을 띠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중층 젊은 세대와 비교해 경제적 하층에 속하는 젊은 세대의 투표율이 낮다는 점은 암울한 대목이다. 애써 투표해봐야 별로 달라지는 게 없다는 낮은 정치적 효능감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정당 후보가 당선되고 그 후보를 통해 복지 확대 등 제도 변화가 이루어질 때, 그 결과 자신의 남루한 삶이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이 보일 때, 가난한 젊은이들은 비로소 투표해야 할 이유를 찾을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으로 일부 대학에서나마 반값등록금이 현실화된 것,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 등은 가난한 이들이 왜 투표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아닐까?

※ 이번 <한겨레> 조사는 소득·재산 상태를 바탕으로 최상·상·중상·중하·하·최하 등 6개 경제적 지위를 스스로 선택한 뒤 각 질문에 응답하도록 했다. 조사 결과에 대한 쉬운 설명을 위해 최상·상·중상을 ‘상층’으로, 중하를 ‘중층’으로, 하·최하를 ‘하층’으로 다시 분류했다. 따라서 기사에 등장하는 상층은 현실의 중산층에 가깝고, 중층은 서민층, 하층은 빈곤층에 해당한다.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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